[테헤란로] 청년과 어르신의 '교감'
벌써 7년 전인 2019년의 일이다. 대구에 사는 언니가 복지관에 다니는 다섯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소식지 제작 일환으로 참여했지만, 할머니들의 삶이 한 편의 글에 담기에는 너무 깊어 결국 소책자 제작으로 이어졌다.
할머니들 가운데에는 일본의 조선인 귀환정책으로 고향에 돌아온 뒤 문맹으로 살아가며 죽은 아들의 보험금까지 사기당한 이가 있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뒤 친정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7년을 떠돌며 산 적이 있는데, 여든이 넘어서도 집을 잃고 헤매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할머니들은 "이렇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세대 간 만남과 경청이 세대 갈등을 푸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리서치의 '2025 세대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4%가 세대갈등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고, 절반이 넘는 55%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소통 기회의 부족'이 꼽혔다.
그런 점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작가회의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청년 작가가 어르신의 생애 경험과 기억을 글로 기록하는 회고록 쓰기 사업'이 반가웠다. 4월부터 12월까지 청년 작가 50명과 어르신 50명을 일대일로 연결해 회고록을 함께 만든다.
이 사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지금의 노년세대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통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를 견디며 살아온 세대다. 오늘날이라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치료받았을 상처조차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를 살았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법도,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주는 경험도 드물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세대갈등을 공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대학생이 요양원에 무료로 거주하며 노인들과 식사하고 산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국은 독거노인의 빈방을 청년에게 제공하는 '홈셰어'를 통해 청년의 주거난과 노인의 고립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먼저 만날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청년과 어르신의 교감은 우리 사회 난제를 돌파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jashin@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