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나토와 상호운용성 변수… 정치·안보 신뢰도 중요
나토 방산시장 진출 과제
생산·개발·정비 등 패키지로
유럽 방산 생태계 안착해야
【파이낸셜뉴스 앙카라(튀르키예)·서울=성석우 김경수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K방산의 유럽 시장 확대를 정상외교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계기가 됐다.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협상 개시로 공동조달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토권 방산 생태계의 표준과 운용 경험, 정치·안보적 신뢰를 함께 넘어야 한다는 과제도 드러났다. 안보협력 없는 K방산의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나토 회의에서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는 한·나토 조달기본협정의 협상 개시다. 이 협정은 나토와 파트너국 사이의 군수·방산 협력, 조달 계약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규정한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 기업들이 연 1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나토 공동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K방산의 유럽 진출은 폴란드 등 개별 국가와의 양자 계약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나토 차원의 조달 체계에 들어가면 시장의 성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국가 수요에 맞춘 완제품 수출을 넘어 회원국 전반의 공동 수요, 공동 개발, 공동 조달 사업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협력사업 참여 확대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 한국은 기존 탄약·우주 분야에 더해 방산 핵심 원자재 사업에도 옵저버로 새로 참여한다. 알루미늄, 코발트, 흑연 등 첨단 무기체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는 공급망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전시에는 병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산 원자재 사업 참여는 한국 기업의 시장 진출뿐 아니라 우리 군수품의 안정적 조달 여건 확보와도 이어진다.
다만 제도적으로 문이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대형 수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나토권 수주전에서는 성능과 가격, 납기뿐 아니라 기존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공동 운용 경험, 정비·보급 체계가 함께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국 무기체계가 나토 표준과 얼마나 빠르게 연동될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독일 업체에 고배를 마신 점은 이 같은 과제를 보여준다. 독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성능·가격 경쟁 외에도 나토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 기존 운용 경험, 유럽 방산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나토 조달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하더라도 전통적 나토 방산 생태계 안에서 쌓인 신뢰와 운용 실적은 당분간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정치·안보적 신뢰도 큰 변수다. 나토권 대형 수주전에서는 무기체계의 경쟁력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같은 전략적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국가인지도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능력, 납기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한반도 안보와 대중·대러 관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정학적 제약이 있다. 나토 회원국처럼 중국·러시아를 향해 일관되게 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수주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방산의 차기 과제는 현지 생산·공동개발·장기 정비 체계까지 포함한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은 국방비를 늘리는 동시에 자국 방산 기반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이 가격과 납기 경쟁력만으로 접근할 경우 단기적인 수출은 가능해도 장기적인 방산 생태계 안착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방산 세일즈의 외연은 원전과 에너지 안보 분야로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7일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에너지 안보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3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SMR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공급망 최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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