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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비디오테이프 복원…'몰카 협박' 23년 만에 실체 밝혔다 [서초동 溫터뷰]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구지검 이진순 부부장검사
일부 불송치 종결 사건 보완수사
동일인 연쇄범행 입증 '구속기소'

잠자던 비디오테이프 복원…'몰카 협박' 23년 만에 실체 밝혔다 [서초동 溫터뷰]

23년 전 발생한 '몰래카메라 협박 사건'의 먼지 쌓인 녹음테이프를 다시 꺼내 든 검사가 있었다. 일부 사건은 경찰 불송치로 종결됐고 주범은 해외 도피로 일부 범행의 공소시효까지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20년 넘게 보관된 오디오테이프와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한 끝에 연쇄 범행의 실체가 드러났다.

사건을 파헤친 주인공은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이진순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사진)다. 이 검사는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넘긴 사건을 다시 한번 살펴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형사부 검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올해 4월 대검 형사부 우수사례로 선정된 '23년 전 모텔 몰카 공갈 사건'의 보완수사를 맡았다. 주범 A씨는 2003년 숙박업소에서 몰카 영상을 촬영해 피해자들을 협박, 395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 도피 중이던 2006년에도 몰카 영상을 이용해 대학교수 등에게 협박 이메일을 보내 돈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2024년 다른 사건으로 국내 송환된 A씨에 대해 이 검사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해 사건을 다시 송치받은 뒤 올해 1월부터 약 4개월간 직접 보완수사를 벌여 구속기소했다.

당시 경찰은 공범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해외 발신 전화와 차명 이메일·계좌 등이 사용돼 A씨의 범행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일부 사건을 불송치하거나 증거 부족 상태로 송치했다. 그러나 이 검사는 2003년 사건과 2006년 사건을 함께 검토한 끝에 하나의 연쇄 범행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2003년 공범들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었고 해외 전화 발신지와 이메일 접속 장소가 A씨의 체류 국가와 일치했다"며 "2006년 범행에도 2003년 촬영 영상이 그대로 사용된 점을 확인하면서 동일인의 범행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사의 전환점은 20여 년간 압수물 창고에 보관된 비디오·오디오테이프였다. 재생 장비 확보도 쉽지 않았지만 이 검사는 이를 복원·디지털화해 협박 녹음을 확보했다. 오디오테이프에 담긴 A씨의 협박 육성은 결국 자백을 이끌어낸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같은 증거로도 협박 정황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 검사는 녹음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 범행을 입증했다.

이 검사는 관련 사건 기록도 처음부터 다시 훑었다. 같은 시기 다른 경찰서에서 같은 수법의 공갈 사건 5건이 모두 불송치된 사실을 확인했고, 기록을 대조한 결과 협박 이메일에 첨부된 몰카 캡처 사진과 일부 이메일 계정·계좌가 동일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차명계좌와 A씨의 관련성까지 입증하면서 연쇄 범행의 연결고리가 완성됐다.

이 검사는 여러 경찰서에 흩어진 동일 수법 사건을 함께 분석해 추가 범행을 구속 사유로 제시했다. 결국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구속된 A씨는 협박 녹음파일과 피해금 인출 자료 등을 제시하자 기존 사건뿐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 불송치됐던 사건들까지 모두 자백했다. 이 검사는 재수사 요청으로 다시 송치된 사건도 기존 사건과 병합 기소할 예정이다.

이 검사는 "이 사건은 장기 미제인데다 최초 수사 경찰관서와 최종 수사 경찰관서도 달랐고, 이미 경찰에서는 불송치 또는 불구속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런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실체 규명이나 피고인 신병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부 검사의 중요한 역할은 송치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죄지은 사람은 죄에 맞게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죄 없는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고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사건 처분을 바로잡고 피고인이 범한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도 수사 공백으로 범죄자가 처벌을 피하거나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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