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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없이 머리 풍성해진다"…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가 가져올 '탈모 정복'의 미래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탈모 전문 연구기관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를 만나다]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주]

/디자인=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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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술 없이 건강한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세포를 활용한 비수술적 모발 이식,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유두세포 이식을 통한 탈모 치료'를 개발한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의 탈모 전문 바이오텍인 '에피바이오텍'에서 기획부터 임상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 성종혁 대표다. 지난 23일 만난 성 대표는 "탈모는 정복이 가능한 증상"이라고 자신했다.

건강한 모발 20가닥만 있으면 탈모에서 해방... '모유두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다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사진=파이낸셜뉴스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사진=파이낸셜뉴스

― 뒤통수의 건강한 모낭에서 '모유두세포'를 분리, 배양한 후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 그렇다. 탈모가 진행되더라도, 혹은 나이가 들더라도 뒤통수의 모발은 건강하게 유지된다. 모발 이식도 이런 특징을 활용해서 뒤통수의 모발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지 않나.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뒤통수의 건강한 모낭을 20개가량 채취해 모유두세포를 분리하고, 배양을 통해 양을 늘린 후 탈모 부위에 주입하는 것이다.

해당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세포를 활용하는 자가 치료제 'EPI-001', 공여자의 세포를 활용한 'EPI-008' 두 종류다. 그중 자가 치료제는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했고 안정성검토위원회를 거쳐 용량 증량 단계에 진입했다. 안정성은 확인된 셈이고, 이제 효과를 검증하는 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 공여자의 세포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놀랍다. 자가 세포가 더 좋지 않나.
▲자가 세포를 활용하면 치료제를 개인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자마다 세포를 채취하고 치료제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공여자의 세포를 활용하면 품질이 확인된 세포를 표준화해 여러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으니 우리로써는 생산성과 글로벌 확장력을 높일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서는 건강한 20대의 여성 공여자의 모유두 세포를 활용해 1만 명 이상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확보했다. 올해 8월에는 해당 치료제에 대한 임상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 모유두세포 외에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세포들이 많지 않나. 모유두세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모유두세포는 모낭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들이 모발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모낭에 모유두세포가 많이 있으면 모발이 잘 자라고, 그 양이 부족하면 모발이 가늘어진다. 모유두세포를 외부에서 대량으로 배양해 모낭에 투입하니 모발을 자라게 하는 시그널들이 활성화되고, 모발이 굵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지방줄기세포와 골수세포 등 다른 세포도 활용해 봤지만 모유두세포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

이 효과는 모유두세포를 활용한 자가 치료제 'EPI-001' 임상 결과로도 알 수 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자가 모낭에서 확보한 후 외부에서 배양한 모유두세포 10만 개를 1회 투입했고, 3개월 후 만족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탈락 모발 수 감소, 모발 두께 개선 등의 면에서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3~4년 내로 3상까지 모든 임상이 끝나면 병원에서도 해당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피 세포 10만 개 일일이 분석, 맞춤형 탈모 치료를 향한 여정

― 탈모 치료 외에도 탈모 원인을 차단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탈모는 사람마다 그 원인이 다르다. 그런데 치료법은 대중화 되어있다. 탈모 치료에는 흔히 알고 있는 남성호르몬에 관여하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혈관을 확장하는 미녹시딜을 사용한다. 그런데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의 30%는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 치료제들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뜻이다. 탈모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맞춤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탈모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 두피를 일부 채취해서 '싱글셀(Single Cell)' 기법으로 분석했다. 싱글셀 기법은 세포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그 특징과 기능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기존의 세포 분석 방식은 여러 종류의 세포가 섞인 조직을 한꺼번에 분석하기 때문에 결과를 '평균값'으로만 알 수 있었다. 학교로 따지자면 어떤 학생이 어떤 과목에서 성적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교실 전체의 평균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싱글셀 기법로는 탈모가 진행될 때 '어떤 세포'에서 '어떤 신호'가 바뀌는지 파악할 수 있다.

― 싱글셀 기법으로 분석한 두피의 세포는 몇 개인가. 많은 세포들 중에서 탈모를 유발하는 세포를 찾았나.
▲두피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는 10만 개 정도다. 10만 개를 분석한 결과 탈모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20개로 분류할 수 있었다. 20개로 분류한 이후에는 해당 세포들이 어떻게 늘어나고,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는지 체크했다.

예를 들면 면역세포는 모낭 주변의 세포를 잡아먹어 원형탈모를 만들고, 모유두세포는 안드로겐호르몬의 공격을 받으면 그 수가 줄어들어 안드로겐성탈모를 유발했다. 진피섬유아세포와 탈모의 유관성도 알아냈다. 기존에는 섬유아세포가 피부 탄력에 관여하는 콜라겐을 만들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지만 두피에서는 콜라겐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피부가 딱딱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는 치료에 어떻게 활용하나.
▲싱글셀 분석한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 탈모 유전자 빅데이터베이스 '에피젠(EPIGene')을 구축했다. 유전자 발현 패턴과 발현 네트워크를 분석,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던 잠재적인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그 결과 탈모 유발 유전자들을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그러니까 유전자 정보 전달 과정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유전자 표적 약물' 기술로 무력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대중적인 치료 방식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각 환자의 세포 활동에 맞추어 맞춤 치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안드로겐성탈모가 있을 때 진피섬유아세포에서 분비하는 단백질 DKK3와 CKAP4가 증가하는 환자에게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술을 통해 ' DKK3-CKAP4' 신호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는데 올해 연구 결과를 국제 의학 저널 세라노틱스(Theranostics)에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 지금까지 없었던 '타겟 치료'라니 해외에서도 놀랐을 듯하다. 반응이 어땠나.
▲사실 작년부터 해외에서 매출이 생기고 있다(웃음). 상용화한 치료제는 없지만 기술 이전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위탁 연구나 공동 연구도 많아졌다. 중국에서 최근 신약을 허가 받은 바이오텍이자 상장사인 '베이징노수랜드'와는 조인트 벤처 설립도 논의 중이다.

―너무 바빠지는 것 아닌가. 앞으로 계획은 뭔가.
▲에피바이오텍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바이오벤처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을 주로 하고 있지만 설명한 것처럼 해외 파트너사를 통한 매출이 커지고 있고, 미국 등 해외 업체와 2026년 상반기에 3억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으니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민국에서 만든 탈모 치료제와 그 기술이 글로벌 임상과 공동 개발, 기술 이전 등으로 이어져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탈모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탈모 연구에 뛰어든 기업이나 연구자가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탈모를 아직 정복하지 못한 이유도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연구가 지속된다면 탈모도 다른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하지 않을까.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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