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단장 “국내 신약 개발 인프라 충분하다”

파이낸셜뉴스       2011.09.25 17:29   수정 : 2011.09.25 17:29기사원문

"부처별로 제각각 만들어온 인프라를 한데 모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공식 출범한 지난 20일 초대 단장을 맡은 이동호 사업단장(사진)을 만났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지식경제부 3개 부처가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1개 사업단을 구성,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제품화 마지막 단계까지 전주기에 걸쳐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사업단은 중복 투자된 부분은 통합하고 연구단계별 경계를 허물어 3개 부처가 하나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끌게 된다. 이 단장은 이제 막 지휘봉을 잡았다. 곧 세계를 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된다.

(대담=김승중 생활과학부장)

―초대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신약개발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3개 부처가 힘을 합치는 것은 신약개발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외국계 제약사에서 다국가 임상을 진행했고 국내 제약사 연구소와 공장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국가 임상시험사업단장을 지내며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는 신약이 나올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한데도 글로벌 신약이 없는 이유가 뭘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한 고민들이 앞으로 사업단을 이끌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사업단이 하게 되는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초 연구 역량은 뛰어나다.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중 기초가 되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R(Research)'부문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물질을 개발하는 'D(Development)' 부문이 약해 기초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물이 실제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단은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담당하지만 결국 전임상에서부터 임상 1,2,3상, 제품화에 이르는 'D'부문을 키워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현재 기초연구자들 사이에도 임상 과정에 의료계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더욱 많은 임상의사와 기초연구자를 연결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R&D 보조금 지원이 아닌 의사, 과학자, 생명공학자가 한 팀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신약 연구와 상품화 사이에 놓여 있던 깊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사업단의 역할이라고 본다.

―사업단은 어떻게 운영되나.

▲사업단의 영문명칭은 'Korea drug development fund(KDDF)'로 지었다. 실제로 펀드를 운영하는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단 예산은 150억원, 내년 예산은 300억원이다. 앞으로 9년간 1조 6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사업단이 50억원을 지원하면 기업도 50억원을 투자하는 1대 1 매칭 방식이 기본이다.

사업단 내 설치된 투자심의위원회와 과제평가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과제를 선별한다. 과제평가위원회는 과학성, 투자심의위원회는 상업성 위주로 평가한다. 개발 과정에서도 전주기를 모니터링해 지속할 과제와 중단할 과제를 선별하게 된다.

사업 공모도 연 1회가 아니라 연중 수시로 진행된다. 시장성이 담보되는 기업은 어느 단계에서나 진입이 가능하다. 현재 사업대상 후보로 140개 물질이 지정됐지만 그 이외에도 그동안 각 부처가 지원해왔던 과제는 물론 실패했던 과제까지 모두 살펴보고 개발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발굴해내려고 한다.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 것 같은데.

▲실패 위험은 어느 단계에나 상존한다. 효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려면 사업비를 많이 투여하기 전에 미리 판단해서 일찍 죽이는 쪽이 낫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신속하게 판단해 고·스톱을 결정하는 판단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 과제 선별뿐 아니라 과제 진행 전 과정을 모니터링해 트렌드 변화와 글로벌 시장 요구에 맞춰 상업성과 과학성 모두를 고려해 선별해 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업단은 앞으로 과학, 의학, 생명공학, 제약 등 각분야에서 100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단을 만들 계획이다. 투자 부문에 있어서는 해외 전문가를 영입해 객관성을 부여하고 선진 노하우를 배울 계획도 갖고 있다.

―임기 3년 안에 신약개발 성과를 이뤄낼 수는 없다.

▲꼭 해야 할 일은 사업단의 기반을 다지고 연구과제와 연구과정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또 3년 안에 가능성 있는 물질을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라이선싱 아웃이라고 해서 국내 개발 물질을 팔아 넘기는 개념은 아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신약의 '제품화'다. 하지만 획기적인 신약이 나온다 해도 판로가 없다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로 키워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개발 과정에서 세계적인 기업의 협력이나 판매제휴도 성공적인 신약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일이다.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어느 회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중개 역할도 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이다. 각오와 포부는.

▲신약개발에 대한 바람은 모두 같다. 지난 30년간 각 분야별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해왔지만 혼자 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없었다.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하나로 힘을 모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손잡을 준비가 된 것이다. 사업단의 역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그동안 제각각 쌓여온 결과물들을 하나로 모아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산학연과 민관의 협력과 협조를 부탁한다.

/정리=이세경기자seilee@fnnews.com

■이동호 원장은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 마취과 전임의를 지냈다. 지난 2001년부터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부사장, 삼양사 의약사업본부장·연구소장·부사장,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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