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의 골프장 산책)강원도 춘천 더플레이어스GC
파이낸셜뉴스
2015.09.23 10:08
수정 : 2015.09.23 10:08기사원문
【 춘천(강원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골프장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차창 밖으로 비춰진 바깥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동행한 일행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와!'라며 감탄사가 쏟아졌다. 5개월전 방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는 걸 느낀 것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베어그라운드 투성이었던 페어웨이는 마치 올이 촘촘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했다. 그 푸르름은 화창한 가을 햇볕에 반사돼 눈이 시릴 정도였다. 빨리 페어웨이로 달려나가 확인하고픈 생각 뿐이었다. '혹시 아니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환복을 하고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확인차 나갔다. 그런데 다행히도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플레이어스'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개최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소그래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토너먼트 코스를 지향한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단다. 172만㎡(52만평) 부지에 조성된 코스는 원시의 자연림과 웅장한 암반 등 원래의 지형적 조건을 잘 살려 조성되었다. 한 마디로 하드웨어는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3개의 코스는 각각의 독립적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기존 골프장이 가진 레저와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에 스타디움으로서 경기 컨셉을 부여하고 매 라운드마다 도전 의식과 승부욕을 유발해 특히 중·상급자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든 홀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조망되고 페어웨이도 넓게 펼쳐져 있어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홀은 강한 멘탈 컨트롤과 전략적 공략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하드웨어로 플레이어스는 '2014 한국 10대 뉴코스'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비스의 가장 큰 덕목인 코스 관리에 실패하면서 골퍼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활착이 되지 않은 상태서 시범 라운드 기간에 잔디가 혹사를 당한데다 작년 여름에 가뭄과 폭염까지 겹친 게 원인이었다. 페어웨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린까지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표면상으론 이상 기온의 영향이 더 큰 원인처럼 보였지만 명백한 부실 관리, 즉 인재였던 것이다.
오너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일대 변화가 필요했다. 그 답은 역시 '사람'에서 찾았다. 그래서 고사 직전의 코스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편작의 시술에 버금가는 골프 전문가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김동환(43)총지배인이다. 김 지배인은 골프장 업계에서는 드물게 중학교 체육교사라는 이력의 소유자로 나이브릿지클럽 제주에 입사하면서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올해로 골프장 경력 17년차이지만 캐디마스터, 경기과장, 식음팀장, 코스팀장, 운영팀장, 기획마케팅 등 골프장 관련 업무라고는 안해본 일이 없다.
2011년에는 롯데스카이힐CC로 자리를 옮겨 올해 플레이어스로 오기전까지 부여리조트 총지배인을 역임했다. 그 곳에서 김 지배인은 골프장은 물론 호텔과 리조트도 대과없이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마디로 그는 좋은 코스에 길들여져 있는 인물이다. 바꿔 말하자면 나쁜 코스 관리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코스 관리 5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 원년인 올해는 그린과 페어웨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지금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김동환 카드'는 일단은 성공이다. 그러자 플레이어스를 떠났던 골퍼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밀도를 높이느라 그린이 다소 느린 걸 제외하곤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린 스피드도 추석 연휴 이후에는 정상화된다. 그러면 내장객이 더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다 '김동환표 디테일'을 가미해 소프트웨어의 질도 더욱 높혔다. 라운드가 더 즐거워진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웰빙 조조클럽 회원 제도'의 재미가 특히 쏠쏠하다. 이는 회원에 무료로 가입한 후 연중 파격적 금액으로 라운드할 수 있는 실속형 상품이다. 점심 시간대에 내장하는 고객을 위한 '누들타임 식사 패키지(라운드 전, 후 식사)'도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이다. 대부분 골프장들이 내장객이 1주일 중 가장 적은 월요일을 '레이디 데이'로 지정한 것과 달리 이 곳은 화요일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이날은 같이 입장한 남성 고객도 그린피 혜택을 받는다. 이렇듯 경춘고속도로를 40분 가량 달리다 보면 준비된 플레이어를 위한 골프 그 이상의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스릴, 엔터테인먼트, 맛이 듬뿍한 플레이어들의 '천국' 플레이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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