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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기자의 한국의 골프장 산책>강원도 춘천 더플레이어스GC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3 10:08

수정 2015.09.23 10:08

강원도 춘천 플레이어스GC 레이크코스 9번홀.
강원도 춘천 플레이어스GC 레이크코스 9번홀.

춘천(강원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골프장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차창 밖으로 비춰진 바깥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동행한 일행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와!'라며 감탄사가 쏟아졌다. 5개월전 방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는 걸 느낀 것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베어그라운드 투성이었던 페어웨이는 마치 올이 촘촘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했다. 그 푸르름은 화창한 가을 햇볕에 반사돼 눈이 시릴 정도였다.

빨리 페어웨이로 달려나가 확인하고픈 생각 뿐이었다. '혹시 아니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환복을 하고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확인차 나갔다. 그런데 다행히도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그런 느낌은 더 강해졌다. 강원도 춘천 플레이어스GC의 올 가을 풍경이다. 이 골프장은 2013년에 프리미엄 퍼블릭 골프장으로 개장했다. 코스는 밸리, 레이크, 마운틴 3개 코스 총 27홀이다. '플레이어스'는 골퍼들에게 결코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많이들 익숙해져 있다. 게다가 2011년 대회서는 '한국산 탱크' 최경주(45·SK텔레콤)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던 대회여서 더더욱 뇌리에 남는 이름이다.

'플레이어스'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개최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소그래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토너먼트 코스를 지향한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단다. 172만㎡(52만평) 부지에 조성된 코스는 원시의 자연림과 웅장한 암반 등 원래의 지형적 조건을 잘 살려 조성되었다. 한 마디로 하드웨어는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3개의 코스는 각각의 독립적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기존 골프장이 가진 레저와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에 스타디움으로서 경기 컨셉을 부여하고 매 라운드마다 도전 의식과 승부욕을 유발해 특히 중·상급자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든 홀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조망되고 페어웨이도 넓게 펼쳐져 있어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홀은 강한 멘탈 컨트롤과 전략적 공략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하드웨어로 플레이어스는 '2014 한국 10대 뉴코스'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비스의 가장 큰 덕목인 코스 관리에 실패하면서 골퍼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활착이 되지 않은 상태서 시범 라운드 기간에 잔디가 혹사를 당한데다 작년 여름에 가뭄과 폭염까지 겹친 게 원인이었다. 페어웨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린까지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표면상으론 이상 기온의 영향이 더 큰 원인처럼 보였지만 명백한 부실 관리, 즉 인재였던 것이다.

오너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일대 변화가 필요했다. 그 답은 역시 '사람'에서 찾았다. 그래서 고사 직전의 코스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편작의 시술에 버금가는 골프 전문가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김동환(43)총지배인이다. 김 지배인은 골프장 업계에서는 드물게 중학교 체육교사라는 이력의 소유자로 나이브릿지클럽 제주에 입사하면서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올해로 골프장 경력 17년차이지만 캐디마스터, 경기과장, 식음팀장, 코스팀장, 운영팀장, 기획마케팅 등 골프장 관련 업무라고는 안해본 일이 없다.

2011년에는 롯데스카이힐CC로 자리를 옮겨 올해 플레이어스로 오기전까지 부여리조트 총지배인을 역임했다. 그 곳에서 김 지배인은 골프장은 물론 호텔과 리조트도 대과없이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마디로 그는 좋은 코스에 길들여져 있는 인물이다. 바꿔 말하자면 나쁜 코스 관리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코스 관리 5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 원년인 올해는 그린과 페어웨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지금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김동환 카드'는 일단은 성공이다. 그러자 플레이어스를 떠났던 골퍼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밀도를 높이느라 그린이 다소 느린 걸 제외하곤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린 스피드도 추석 연휴 이후에는 정상화된다. 그러면 내장객이 더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다 '김동환표 디테일'을 가미해 소프트웨어의 질도 더욱 높혔다. 라운드가 더 즐거워진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웰빙 조조클럽 회원 제도'의 재미가 특히 쏠쏠하다. 이는 회원에 무료로 가입한 후 연중 파격적 금액으로 라운드할 수 있는 실속형 상품이다. 점심 시간대에 내장하는 고객을 위한 '누들타임 식사 패키지(라운드 전, 후 식사)'도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이다. 대부분 골프장들이 내장객이 1주일 중 가장 적은 월요일을 '레이디 데이'로 지정한 것과 달리 이 곳은 화요일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이날은 같이 입장한 남성 고객도 그린피 혜택을 받는다. 이렇듯 경춘고속도로를 40분 가량 달리다 보면 준비된 플레이어를 위한 골프 그 이상의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스릴, 엔터테인먼트, 맛이 듬뿍한 플레이어들의 '천국' 플레이어스다.

golf@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