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만 문제일까 전력지원 물자 도입 문제없나

파이낸셜뉴스       2016.03.25 15:28   수정 : 2016.03.25 16:25기사원문



감사원은 지난 23일 우리 군의 신형방탄복이 북한군 소총의 철갑탄(철심탄)에 뚫린다는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우리 군의 전력지원 물자 도입사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방탄복 뿐만 아니라, 신형 디지털 전투복과 신형전투조끼 등 전력지원 물자 도입과정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관련업 종사자들은 전력지원 물자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전력물자를 담당하는 군 관계자들의 경직된 사고와 전문성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뚫리는 방탄복과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전투복

감사원은 지난 23일 우리군이 2014년부터 도입한 다목적 방탄복이 북한군의 AK-74소총의 철갑탄(철심탄)을 방호할 수 없다는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장병의 생명을 담보로 비리를 저지른 군 관계자들에게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최전방 수호병으로 입대한 아들을 둔 A씨는 "국가가 불러 보낸 내 아들이 군 고위 관계자들의 비리로 구멍난 방탄복을 입는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 군이 전력지원 물자로 소요 제기를 해온 대표적인 물자는 다목적 방탄복, 전투조끼, 신형 디지털 전투복 등이 있다.

방탄복 외의 물자들은 비리와 연관돼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군의 잘못된 소요제기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전력지원 물자에 대해 해박한 B씨는 "방탄복, 전투조끼, 전투복이 미군을 따라하기 급급하다"면서 "한국의 기후와 전장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외국의 도입사례를 분석해야 하지만 우리 군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호력의 문제가 드러난 방탄복의 경우 국제표준 규격인 미 법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Justice)의 NIJ 등급이 군용 기준으로 적용됐지만,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은 이 기준이 군사적 기준으로 적용되기에는 제한돼 별도의 등급을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군이 2010년 연말 보급을 시작한 신형전투복은 4계절을 고려한 통합전투복 개념이지만, 2012년 7월 국정감사에서 전투복 원단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방한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전투복 소매에 부착된 주머니의 위치가 낮아 여름철 소매를 접는 것이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자 군은 전투복 소매 주머니를를 제거한 하복을 2013년부터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방탄복과 전투조끼를 착용하는 현대전에 맞지 않는 퇴보된 디자인이다.

군복 전문가인 C씨는 "현대전에서 가슴의 주머니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팔소매 주머니의 활용도가 높아짐에도 군은 이런 추세를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전에서 개인의 무장능력이 늘어남에 따라 임무에 맞는 전투조끼가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 또한 선진국의 도입사례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

우리 군이 보급한 신형 전투조끼는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임무를 고려해 휴대물자를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 몰리 방식을 채택해 편리성을 높였지만, 미군이 사용한 2세대 몰리 장비를 본떠 만들었다. 2012년 신형 전투조끼 개발 당시 이미 선진국들은 자국의 상황에 맞는 3세대 몰리 장비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우리군은 2세대 몰리 방식을 채택했다.

관련업 종사자들은 "업체들은 세계적 개발추세를 군보다 앞서 파악하고 있지만, 군에서 형상을 2세대로 요구하면 그에 맞출 수 밖에 없다"면서 "전력지원 물자의 도입을 담당하는 군 관계자들의 사고가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없는 소요제기, 전문가 필요해

군사 전문가들과 관련업 종사자들은 물자 소요를 제기하는 군인들의 시야가 좁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우리군은 도입사업 규모가 큰 무기체계는 중요시하지만 도입규모가 작은 전력지원 물자는 중요성이 낮다고 인식한다"면서 "미군 물자를 따라하면서 생산원가는 심하게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의 성능결함은 확연하게 드러나지만, 사람이 착용하는 물자의 성능차는 미미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 종사자들은 "단추나 지퍼 부착물의 종류와 소재 등 세세한 부분들이 생산원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군은 생산원가에 집착해 업체들이 성능개선을 위해 제안하는 내용들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전 경험이 쌓여 있는 군사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상황과 업체의 의견들을 폭 넓게 받아들이지만, 우리 군은 기업의 의견 수렴에 소극적"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선진국은 일선 장병들이 입고 쓰고 먹는 전력지원물자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 군의 성능개선과 보급에 문제가 있을때는 장병들이 선호하는 민간제품의 사용도 허용할 정도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선진국들은 장병들 입고 쓰고 먹는 전력지원 물자사업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지원물자 사업의 중요성은 저평가 되고있다.

군에서 전력지원물자 사업을 담당했던 한 예비역은 "무기체계보다 사업의 중요성이 후순위로 밀리다보니 사업 담당자들도 경직된 사고를 가지게 된다"면서 "경직된 사고로 인한 전문성 부족의 틈 사이로 비리의 썩은 냄새가 스멀스멀 스며들어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