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파이낸셜뉴스
2016.07.10 17:47
수정 : 2016.07.10 23:12기사원문
셜록 홈스 등 영국 소설을 읽다보면 파운드, 펜스, 실링, 기니, 페니 등의 화폐단위가 나와 헷갈릴 때가 있다. 고대 로마와 켈트족 계산법이 뒤섞였으니 복잡한 것은 당연지사. 1960년대까지 영국 화폐단위는 12진법과 20진법의 혼합이었다. 1파운드는 20실링, 1실링은 12펜스였다. 그러나 1971년부턴 10진법을 도입해 실링이 사라지고 1파운드=100펜스로만 쓴다.
파운드 표시는 P가 아닌 L(£)이다. 이는 로마 동전 리브라(Libra)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프랑스 루이 14세 때 리브르, 이탈리아의 리라가 됐고 영국에선 같은 질량 단위인 파운드로 불렀다. 1파운드(lb=리브르)는 약 0.45㎏이다. £ 가운데에 들어간 크로스바(-)는 이 £이 상징 또는 약자로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단위의 약어를 만드는 방법은 달러($)와 엔(¥) 등에도 나타난다. 기니(guinea)는 별개 단위다. 1기니는 21실링(1파운드+1실링)이다. 이런 희한한 단위를 쓴 것은 귀족들이 팁을 얹어주던 관행과 연관이 있다. 지금도 런던의 고급 맞춤양복점에선 가격을 기니로 표시한다.
파운드화의 가치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다. 파운드화 환율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전인 지난달 23일 1.49달러에서 지난 6일에는 1.28달러까지 20센트 이상 떨어졌다. 파운드가 1.3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이다. 최근 100년간 달러 대비 가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차 세계대전(1914∼1918) 무렵에 파운드화는 5달러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약 4분의 1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 중 하나로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운드는 한때 위세등등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화폐로 1차대전 전까진 글로벌 기축통화였다. 19세기 후반 파운드화가 세계 교역 결제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에 이르렀다. 파운드화 가치는 금본위제를 포기했던 1931년부터 하락 추세를 밟기 시작했다. 지금은 달러, 유로, 엔화에 이어 네 번째다. 파운드의 영욕이 곧 영국 역사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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