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박원순", 영결식장 지인들의 절절한 애도사
파이낸셜뉴스
2020.07.13 12:57
수정 : 2020.07.13 13:23기사원문
백낙청 교수 "내가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이야"
이해찬 대표 "40년 친구 박원순, 지리산서 시장 출마 물어"
이날 애도사를 한 지인들은 대부분 고 박 시장을 부지런함과 시민사회에 대한 헌신, 서울시민에 대한 애정을 끝없이 쏟아 냈던 인물로 기억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영결식장에서 품속에 넣어둔 종이를 꺼내며 "내가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 꿈에도 몰랐다"라며 비통해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년을 같이 살아온 친구 박원순"이라며 "2011년 지리산에서 나한테 전화가 왔다. '서울시장 선거가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길래 그 순간 수염 깎고 내려오라고 말했다. 그는 내려 왔다"라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나의 오란 친구 박원순 시장님. 소박하게 살기 쉬운 사회가 아닌데 줄곧 해 오셨다. 당신의 서울시정이 훼손되지 않게 돕겠다"라며 애도사를 마무리 지었다.
서울시 공무원 중 박 시장의 최측근이었으며, 현재 시장 권행 대행을 맡은 서정협 부시장은 "시장과 만남의 기억이 고스란히 배인 곳이라는 점에서 이 시간이 더 실감 나지 않는다"라며 "박원순 시장님은 항상 낮은 자세로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던 진정한 시민주의자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장인 나부터 서울시 가족 모두를 격려하고 밝게 반겨줬기에 그 어려움을 감히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제대로 된 위로 한번 못한 먹먹한 회한이 밀려온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참여연대 후원자이자 지지자로 박 시장과 오랜 인연이 있었다는 홍남숙씨는 "20대 후반 안국동에서 행복했던 수많은 일이 떠오른다. 저녁마다 대자보와 피켓을 만들었고 옆을 지나시다 '수고해요. 빨리 집에 가요'라고 말씀하시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터벅 수염으로 산에서 내려와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고 할 때 뭐라도 도와드리려고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라며 "당신의 이웃이자 친구이자 팬이 되어 당신이 보여준 삶으로 인해 작은 삶을 좀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박 시장의 장녀 박다인씨는 "아버지가 처음 시장이 되실 때가 기억이 난다"라며 "아버지는 그렇게 피하고 피하던 정치에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됐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는 없다. 아버지는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라고 유족 인사를 마무리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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