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엇박자 정책이 부채질한 가계빚 폭증
파이낸셜뉴스
2024.07.07 19:04
수정 : 2024.07.07 19:04기사원문
나흘새 2.2조 증가, 영끌 빚투 열풍
은행만 압박 말고 확실한 대응책을
경기는 부진한데 우리 사회 전체가 빚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빚 폭증에 놀란 당국도 부랴부랴 관리에 나섰지만 엇박자 연속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서둘러 야할 것이다.
빚 증가 속도는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저금리 시대 팽창일로였던 가계대출은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2021년 국내 통화정책도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한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올 들어 피벗(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최근 월 증가폭은 거의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5월과 6월 두달 동안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당국이 은행에 대출 관리를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은 정책 실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는 줄곧 엇박자였다. 가계 빚 부담과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는 지적이나 국가 성장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런데도 부동산 연착륙을 앞세워 정책 금융을 풀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안일하게 관리한 것은 큰 실책이다. 폭증한 가계 빚의 상당부분이 버팀목이나 디딤돌 등 정책자금 대출이라고 한다.
7월 적용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두달 미룬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시행 직전 돌연 연기하겠다는 정부 발표에서 원칙도, 일관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 막차 수요를 타려는 이들은 더 늘었다. 이제는 금융채 금리 하락까지 겹쳐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 금리가 내리고 있는 것도 빚 관리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정책 허들은 낮추면서 은행권 금리만 올려 대출을 무작정 줄이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은행권만 압박하는 정책으로 시한폭탄 가계부채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그런 만큼 신임 금융위원장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주 지명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우리 경제가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제는 정교하고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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