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86세 만학도 "배우는 기쁨 컸어요"
연합뉴스
2025.06.04 18:14
수정 : 2025.06.04 18:14기사원문
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장애인·다문화·학교밖 청소년도 '합격' 기쁨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86세 만학도 "배우는 기쁨 컸어요"
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장애인·다문화·학교밖 청소년도 '합격' 기쁨
4일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는 합격생 대표 30명과 일가족 60여명이 참여한 2025학년도 제1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및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최고령 합격생 이윤순(86) 어르신은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올해부터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 시설 중학 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강원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폐교되는 바람에 졸업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6·25로 인해 우리집 살림이 송두리째 거덜 나서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생활을 했다"며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 낳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것은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하철 6호선 안에서 비슷한 연배의 한 여성이 한문책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학구열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이 씨는 "배우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빠른 때였고, 배움 앞에선 나이도 과거도 두려움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 소망했던 '한자 읽기'를 중학교에서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만학도뿐만 아니라 장애인, 다문화 및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의 검정고시 합격생도 있었다.
중증 청각 장애가 있는 이봉희(45) 씨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받았다.
이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3 때 집안 사정이 생겨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며 "이후 25살 때 갑작스럽게 청력 장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년 동안 노력한 끝에 합격증을 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 유형에 맞춰 교육 지원, 시험 접수, 합격자 발표까지 세심한 배려가 있어 감사했다"며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저의 학구열을 불러일으켰다"고 기뻐했다.
이 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휠체어 조립 등 여러 자격증을 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직접 행사에 참석해 합격생들의 손을 잡고 축하했다.
정 교육감은 "오늘의 성취를 발판 삼아서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여러분 나름의 속도로 더 큰 꿈과 가능성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다"며 "오늘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출발점이었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제1회 초·중·고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는 4천658명이 응시해 3천987명이 합격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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