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장애인·다문화·학교밖 청소년도 '합격' 기쁨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86세 만학도 "배우는 기쁨 컸어요"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장애인·다문화·학교밖 청소년도 '합격' 기쁨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6·25 겪느라 중학교에 가는 건 감히 꿈도 못 꿨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4일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는 합격생 대표 30명과 일가족 60여명이 참여한 2025학년도 제1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및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최고령 합격생 이윤순(86) 어르신은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올해부터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 시설 중학 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강원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폐교되는 바람에 졸업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6·25로 인해 우리집 살림이 송두리째 거덜 나서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생활을 했다"며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 낳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것은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하철 6호선 안에서 비슷한 연배의 한 여성이 한문책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학구열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이 씨는 "배우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빠른 때였고, 배움 앞에선 나이도 과거도 두려움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 소망했던 '한자 읽기'를 중학교에서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만학도뿐만 아니라 장애인, 다문화 및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의 검정고시 합격생도 있었다.

중증 청각 장애가 있는 이봉희(45) 씨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받았다.
이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3 때 집안 사정이 생겨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며 "이후 25살 때 갑작스럽게 청력 장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년 동안 노력한 끝에 합격증을 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 유형에 맞춰 교육 지원, 시험 접수, 합격자 발표까지 세심한 배려가 있어 감사했다"며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저의 학구열을 불러일으켰다"고 기뻐했다.
이 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휠체어 조립 등 여러 자격증을 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직접 행사에 참석해 합격생들의 손을 잡고 축하했다.
정 교육감은 "오늘의 성취를 발판 삼아서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여러분 나름의 속도로 더 큰 꿈과 가능성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다"며 "오늘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출발점이었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제1회 초·중·고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는 4천658명이 응시해 3천987명이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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