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준비했으면... 세금 없이 4억 물려줄 수 있었는데"

파이낸셜뉴스       2025.10.25 08:25   수정 : 2025.10.25 08:25기사원문
[7] 증여 공제 10년 주기 활용한 장기 절세 전략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정수씨(61세)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해 31세인 큰아들이 내년 봄 결혼한다며 신혼집 마련에 도움을 요청했다. 은행 예금과 투자한 주식 등 현금성 자산 2억원과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20년 전 4억원에 산 아파트는 현재는 13억원이 넘는다. 고민하다 지원하기로 결심한 김씨는 궁금한 게 많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얼마나 줄 수 있나? 더 많이 준다고 하면 세금은 얼마나 내야 할까?"

아들에게 얼마 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지원을 결심한 김씨의 최대 관심사는 세금이다. 아들이야 자산 중 일부를 주는 것이 크게 아깝지 않지만 세금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금 안 내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있다'고 답한다. 다만 한도는 있다고 한다.

세금을 내지 않고 합법적으로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공제'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공제는 '이 정도 금액까지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납세자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다.

결혼하는 자녀가 받을 수 있는 증여 공제
1. 기본 증여 공제: 5000만원

부모(직계존속)가 성인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10년간 합산해 5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는 금액을 합쳐서 5000만원이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한꺼번에 5000만원을 줄 수도 있고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씩 줄 수도 있다.

2. 혼인증여재산 공제: 1억원

2024년부터 신설된 제도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총 4년)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1억원이 추가 공제된다. 신랑과 신부 각각 받을 수 있으므로 신혼부부는 합계로 최대 2억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3. 부부합산: 3억원까지

김씨 아들뿐 아니라 며느리도 사돈으로부터 5000만원의 기본 증여 공제, 1억원의 혼인증여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이 신혼부부는 최대 3억원까지 세금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준비했다면?


"아이고,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김씨가 한숨을 쉬었다.

세무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장기 증여 계획'이다. 만약 김씨 부부가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증여했다면 어땠을까?

31년간의 증여 시뮬레이션(부모 합산 기준)
1단계: 미성년 시절(0세~19세, 20년간)

미성년자 증여 공제 10년간 2000만원

첫 10년(0~9세): 2000만원 증여(세금 0원)

둘째 10년(10~19세): 2000만원 증여(세금 0원)

4000만원 축적

2단계: 성인 초기(20~29세, 10년간)

성인 증여 공제: 10년간 5000만원(세금 0원)

누적 9000만원

3단계: 결혼 준비(30~31세)

10년 주기가 리셋되어 새로운 5000만원 공제

기본 공제: 5000만원

혼인 증여재산 공제: 1억원 추가

1억5000만원 증여 가능(세금 0원)

누적 2억4000만원

"31년 동안 꾸준히 줬으면 2억4000만원을 세금 하나 없이 줄 수 있었다니... 왜 진작 몰랐을까요?" 김씨가 아쉬워했다.

복리 효과까지 고려하면
만약 증여한 돈을 연 6% 수익률로 운용했다면?

시나리오: 매년 조금씩 증여 + 투자

0-9세: 연 200만원씩 10년 = 2000만원

10-19세: 연 200만원씩 10년 = 2000만원

20-29세: 연 500만원씩 10년 = 5000만원

원금 합계: 9000만원

연 6% 복리 운용 시:

0세부터 200만원씩 투자: 31년 후 약 9500만원

10세부터 200만원씩 투자: 21년 후 약 5300만원

20세부터 500만원씩 투자: 11년 후 약 7400만원

31세 시점 총 예상액: 약 2억2200만원

여기에 31세 결혼 시점에 1억5000만원 추가 증여하면: 총 누적 3억7200만원 이상

만약 태어났을 때 2000만원, 10세에 2000만원, 20세에 5000만원을 증여했다면 같은 조건으로 누적 금액은 더 커진다.

0세 2000만원 : 31년 후 약 1억2176만원

10세 2000만원 : 21년 후 약 6800만원

20세 5000만원 : 11년 후 약 9490만원

31세 시점 총 예상액: 약 2억8500만원

여기에 1억5000만원을 추가 증여하면: 총 누적액은 4억3500만원 정도가 된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아들이 지금쯤 전세자금을 마련할 돈은 충분히 모았겠네요... 예비 며느리 부모님은 이걸 미리 알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네요..." 김씨의 한숨이 깊어졌다.



세뱃돈도 세금 붙나요?...잘 모르는 세금 지식


Q. 아이가 미성년일 때 증여를 하지 못했다. 성인이 됐을 때 이전 것도 한꺼번에 증여할 수 있을까?

A. 불가능하다. 기준 시점이 지났을 때 이전 금액을 소급해서 증여할 수는 없다. 시점에 맞게 미리미리 준비해서 증여를 해야 한다.

Q. 친인척으로부터도 아이가 증여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가능한가?

A. 고모, 이모, 삼촌 등으로부터 10년에 1000만원까지 증여받을 수 있다. 10세 이전까지 1000만원, 20세 이전까지 추가 1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성인이 된 후에도 10년에 1000만원씩 증여를 받을 수 있다. 단, 각각이 아니고 친인척 합산 1000만원이다.

Q. 아이가 매년 받는 세뱃돈, 용돈 등도 세금을 내야 할까?

A.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액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사회통념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 혹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장에 '삼촌 세뱃돈' '고모 축하금' 등으로 적어놓는 것이 좋다.

Q. 증여 신고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하나?

A.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서 온라인 신고가 가능하며, 필요 서류는 증여재산 명세서, 증여계약서, 통장 거래내역 등이다. 공제 한도 내라도 신고는 해두는 것이 향후 세무조사 시 유리하다.

아파트 상속까지... 단계별 절세 전략


1단계: 결혼 자금 지원(2026년)

혼인 증여재산 공제 활용

아들에게 현금 1억5000만원 증여 → 세금 0원

며느리는 친정에서 1억5000만원 받을 수 있음

신혼부부 총 3억원으로 전세 또는 소형 아파트 마련

2단계: 지속적 지원(향후 10년)

10년 주기가 돌아오면 추가 증여 가능

매년 조금씩 증여하거나, 필요 시점에 5000만원 증여

며느리도 사돈으로부터 5000만원 증여 받을 수 있음

3단계: 아파트는 상속으로(먼 미래)

김씨 부부 모두 생존 시 상속 진행

배우자 공제 활용으로 세금 최소화

그러나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 10년(직계존비속 간) 또는 5년(기타 관계)이내에 한 증여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가현세무법인의 염지훈 대표세무사는 "증여는 '타이밍'과 '계획'이 전부"라고 강조한다. "많은 분들이 자녀가 집을 사야 할 때나 결혼할 때 급하게 증여를 고민하는데, 그때는 이미 세금을 크게 절약할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증여 계획을 세우면 같은 금액을 주더라도 세금을 수천만원 아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2024년부터 혼인 증여재산 공제가 신설되면서 결혼하는 자녀에게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것도 혼인신고 전후 4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증여의 황금법칙'이다. 아무리 금쪽 같은 자식이라지만, 잊어선 안된다.
자신의 노후가 먼저라는 점을...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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