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사건건 관여, 왜?
파이낸셜뉴스
2025.08.05 06:00
수정 : 2025.08.05 06:00기사원문
연합훈련 시기가 되면 특히 이러한 공세가 정점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공세는 한반도를 훌쩍 넘어서 저 멀리 국제무대로 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에는 북한 외무성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며 대만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2025년 6월에는 이란 공습을 단행한 이스라엘을 두고 “중동평화의 암”이라는 외무성 담화문을 발표하며 중동문제에도 관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 2일에는 태국-캄보디아 휴전 합의 관련 “지역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외무성 대변인 논평까지 내놓는 등 외교적 행보를 전 세계로 넓히는 양상이다. 물론 국제정치에 대한 관여가 외교적 수사로 그치지 않고 실체적 역할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군 지원을 위한 북한군 파병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하이퍼전략을 추진하게 된 동인은 무엇이고, 그 파장을 어떻게 조망해 볼 수 있을까. 우선 하이퍼전략이 대두된 배경은 핵무력을 실체적으로 완성했다는 인식이 북한 저변에 확대된 결과로 보인다. 즉 북한이 이제는 핵강국으로서 그 목소리를 높일 시기가 도래되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제사회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로 핵강국이라는 정체성을 다진 후 그 지위에 부합한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외적 확장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익 선점에 나서면 결과적으로 공식 핵보유국 등극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략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한편 하이퍼전략의 파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은 일회성을 넘어 후속파병을 통해 체계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자체로 국제법 위반이고 이 불법전쟁에 파병한 북한도 위반 국가인데도 지속 파병에 나서면서 규칙기반질서가 심대하게 약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하이퍼전략 추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확장형 임무가 가능한 군사자산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신형구축함 프로그램이다. 신형구축함을 전력화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략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긴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 이슈에 최우선 정책순위를 부여한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역이용하며 전략거래의 파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하이퍼전략이 한반도에 미치는 파장도 심대하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하이퍼전략이 미국의 거래전략과 만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하이퍼전략은 미국 등 강대국과도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며 핵강국으로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정권안보 영구적 수호와 북한의 대외적 지위 제고를 모두 달성한다는 목표를 지향한다. 미국의 거래전략은 역대 행정부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냄으로써 '마가(MAGA)' 목표를 실체화한다는 전략으로 이를 위해 기존의 동맹국과 적성국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리스크도 감수하고자 한다. 북한과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과거 전략과의 단절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고 이러한 공통분모는 북미 직거래라는 고속열차 탑승의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하이퍼전략을 유의미하게 상쇄하고 동시에 대미 레버리지 제고를 통해 미국의 거래전략이 한국의 안보이익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한국이 혁신적 외교·안보 전략을 디자인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도 확장형 지정학 전략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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