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공연 소음에 귀가 '먹먹'…규제 사각지대 놓여 대안 고심

파이낸셜뉴스       2025.08.10 14:36   수정 : 2025.08.10 14:36기사원문
과천 '흠뻑쇼', 잠수교 K-POP 공연 등 매년 소음 민원 반복
도심에서 헤드폰·조명 활용한 '무소음 DJ파티'·'서울라이트'
공연 본연의 매력은 살리고, 생활환경과의 갈등은 최소화

[파이낸셜뉴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야외공연의 소음이 지역사회의 갈등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개최 여부까지 재검토하는 지경이다. 공연 소음을 규제할 제도가 미비해 대응에 한계가 있는 가운데, '무소음 축제'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7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전체 소음 민원은 5만9263건으로, 이 중 99.6%가 생활소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축제 소음은 별도 항목 없이 기타 생활소음으로 분류돼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적 한계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공연 소음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 권고 수준에 머문다.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공연·행사 소음은 생활소음으로 구분되고, 규제보다는 지자체 권고 조치 중심이라 민원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소음 문제로 가장 많이 도마 위에 오르는 행사는 지난해 7~8월 과천 서울대공원 경마공원에서 열린 EDM 음악축제와 '싸이 흠뻑쇼'가 꼽힌다. 올해 과천시는 해당 축제의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시는 주최 측에 콘솔 기준 음량을 105dB에서 95dB로 낮추고, 인근 거주지 기준은 60dB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청했으며 공연 횟수도 축소했다. 그럼에도 "시끄러워 잠들 수 없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내년 공연 개최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무소음 축제'가 소음 민원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축제 본연의 기능은 유지하되, 주변 생활공간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일 마포대교 남단 공터에서 열린 '무소음 DJ파티'는 스피커 없이 무선 헤드폰으로만 음악을 전달해 외부 소음을 차단했다. 행사에 참여한 100여 명의 시민은 무선 해드폰을 착용한 채 몸을 흔들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행사로 인한 소음 민원은 단 한 건도 없었다.

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라이트'도 소음을 적절하게 억제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라이트는 외벽 미디어 아트와 조명 중심으로 운영돼 외부 소음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과 불빛에 집중하며 조용히 관람하거나 사진을 찍는 데 몰두했다

행사 주최측인 서울디자인재단은 행사장의 음향도 실시간으로 측정해 기준에 맞춰 조절했다. 이날 측정된 최대 소음은 78dB로, 일반 도로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관계자들은 무소음 축제 방식을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도심과 조화를 이루는 축제를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문화관광과 관계자도 "도심 속 생활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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