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 "트럼프 협상전략은 '성동격서', 한일 경제공동체 전략 짤 때"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5:29   수정 : 2025.08.12 15:29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붕괴 이후의 통상 질서 변화에 주목했다. 2019년 분쟁해결기구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다자 규범의 구속력이 약화됐고, 그 공백을 미국이 전략 관세·기술 표준 경쟁·공급망 블록화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관세 인상 명분이 무역 불균형에서 국가안보로 옮겨갔다"며 "철강·알루미늄에서 시작한 전략 품목도 반도체·배터리·AI·핵심 광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를 전제로 한국과 일본이 대응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양국이 핵심 기술과 자원을 묶어 공동 브랜드와 인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수출·수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규칙을 선점하는 '룰 메이커'로서 생존 전략을 짤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와 관련, 심 교수는 이번에 합의된 15% 관세율 구조가 국제무역 질서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 둔화,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왜곡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미국이 자국 생산에 비교 우위를 주는 정책으로 전 세계 투자를 유도하겠지만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거나 다른 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최근 한미·미일 관세 협상 과정을 '성동격서'로 요약했다. 겉으로는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 목표는 대규모 대미 투자였다는 분석이다.

심 교수는 "미국은 협상 초기에 세부 조건을 준비하지 않았고, 대신 '너희 카드를 먼저 보여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초기엔 시장 개방 문제가 부각됐지만 결론은 투자로 귀결됐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일본의 협상 전략을 '공손한 빈손'이라고 표현했다. 담당 부처조차 없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대표로 내세워 속도를 늦추고, 미국이 자동차 시장 불균형을 거론하면 일정 규모의 미국산 차량 구매를 약속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일본은 이를 반복하며 환율과 방위비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다른 접근을 택했다.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초기부터 2+2 회담을 진행하며 미 재무부와 환율 공동관리 체계를 합의했다. 이어 세 차례 기술협상을 거쳐 세부 개방안을 마련했고, 정부는 '책 한 권 분량의 문건'을 준비할 만큼 구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심 교수는 "양국 모두 8월 1일 마감 시한 전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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