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쓰레기통서 한국인 시신 발견…온몸에 '고문 흔적'
파이낸셜뉴스
2025.08.17 09:40
수정 : 2025.08.17 09: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는 피멍 등 폭행과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지역의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남성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발견 당시 박씨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온몸엔 검붉은 피멍과 핏자국 등 구타나 가혹 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가득했다.
박씨가 발견된 곳은 ‘웬치’라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 지역이다.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합숙하며 보이스 피싱이나 투자 리딩 사기 등 각종 온라인 피싱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박씨도 이곳에 감금돼 있다가 조직 내부의 금전 문제에 엮여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범죄단지는 캄보디아에만 50개 이상 존재한다. 대부분 중국계 갱단 조직이며 경찰 단속도 무용한 사실상의 치외법권 구역이다. 이들은 조직원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가혹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한국인을 유인해 사기 범행에 강제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건 인지 직후부터 캄보디아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해당 범죄 단지에는 현재 한국인 10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수입 해외 취업’이라는 인터넷 구직 글을 보고 지원해 캄보디아로 향했다가 범죄단지로 넘겨진 것이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납치 및 감금된 한국인 수는 2023년 21명에서 지난해 221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212명의 한국인들이 그곳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피해 규모는 지난해(221명)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