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4.5일제' 한발 물러났지만 업계 부담 여전

파이낸셜뉴스       2025.08.17 15:41   수정 : 2025.08.17 15:41기사원문
법정노동시간 개편 빠진 국정과제
국정위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중소기업계 "제조업 현실 외면한 단축은 부담"



[파이낸셜뉴스] '주 4.5일제'를 내건 이재명 정부가 재계와 중소기업계 우려에 사실상 법정노동시간 대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강제성을 완화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경영계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제조업 기반인 한국에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입장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연간 노동시간은 1859시간이다.

다만 국정위는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전제를 덧붙였다. '주52시간제'처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언급되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국정위가 '주 4.5일제'나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 4.5일제에 이어 장기적으로 주 4일제로 가야 한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걸 고려하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으로 읽힌다.

국정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하고 여러가지 추이를 보면서 법정노동시간 단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 법제화가 국정과제에서 빠진 건 경영계의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개정안 등 경영계가 난색을 표하는 법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대신 노동시간 개편과 관련해선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는 법정 노동시간을 설정하는 대신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시범 사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제성을 띠지 않더라도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에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정노동시간 단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도 걱정을 더하고 있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단순히 OECD 평균에 맞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조업 경쟁국과의 현실적인 비교가 필요하다"며 "OECD 평균은 제조업 비중이 27%를 넘는 한국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수출품목은 모두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서비스 중심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환경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숙제다. 여건이 되는 기업 위주로 혜택을 주다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 로드맵에 기업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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