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프트뱅크, 2.8조원 들여 트럼프 '인텔 살리기' 거들어
파이낸셜뉴스
2025.08.19 15:46
수정 : 2025.08.19 15:46기사원문
日 소프트뱅크, 20억달러 투입해 인텔 주식 8700만주 매입 예정
전체 지분의 2% 확보, 인텔 6대 주주로 급부상
美 정부 차원에서 인텔 지분 확보 검토 가운데 자금 투입
트럼프 정부와 밀착한 손정의, '인텔 살리기'에 동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독립을 위해 자국 기업 인텔에 투자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억달러(약 2조7812억원)를 들여 인텔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이전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했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트럼프의 미국 반도체 육성 계획에 보조를 맞추려는 조치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텔은 18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일본의 IT 대기업이자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그룹이 20억달러를 들여 인텔 보통주 8700만주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번 출자에 대해 "인텔과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에서 첨단기술, 반도체 혁신 투자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컴퓨팅, 차세대 기반 시설을 뒷받침하는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 속도를 높여 인공지능(AI) 혁명 실현이라는 장기 비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마사요시 회장은 "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며 인텔은 약 50년에 걸쳐 신뢰받은 혁신 선도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략적 투자로 인텔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선진 반도체 제조와 공급이 미국 내에서 더 발전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거래에 대해 첨단기술과 혁신 분야를 선도해 온 소프트뱅크그룹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출자에 대해 "인텔에는 트럼프 정부가 출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 미국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전부터 트럼프와 가깝다고 알려진 손 마사요시는 지난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오라클, 오픈AI 등과 손잡고 미국에 5000억달러 규모의 AI 기반 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경쟁자들에게 뒤처지고 있는 인텔은 이미 여러 해에 걸쳐 경영난을 겪었다. 인텔은 지난달 발표에서 올해 2·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1.8% 감소한 126억달러였다고 전했다. 순손실은 29억달러로 전년 동기(16억1000만달러)보다 더 컸다. 지난해 8월에 구조조정, 올해 3월에 경영진 교체를 강행했던 인텔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전체 직원 가운데 15%를 줄인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등 주요 전략 물자를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인텔의 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18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인텔에 지급한 정부 부조금을 인텔 지분으로 전환하는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미국의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달러(약 10조9394억원)의 직접 자금을 공급한다고 알렸다. 인텔은 이를 포함해 상업용 및 군사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총 109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기준 1075억달러이며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을 모두 지급한 뒤 이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10%의 지분을 확보,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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