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의 공동체..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새로운 길
파이낸셜뉴스
2025.08.20 09:33
수정 : 2025.08.20 09:32기사원문
비물질문화는 건물, 자동차, 의복과 같은 물질문화와 달리 공동체적 신뢰, 도덕성,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뜻한다. 최근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는 여러 환경 재난을 경험하면서 단순한 경제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필자는 우리나라 물질문화의 성취를 돌아본 후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비물질문화의 수준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 앞에서 우리나라의 비물질문화 수준은 어떠한가. 공동체 간 신뢰, 환경에 대한 책임감, 약자 배려의식은 여전히 취약하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은 평균 이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불편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유럽 주요 국가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곧 공동체적 연대 의식이 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약화해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환경 보호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 비율은 경제력에 비해 낮은 편이다.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다양하다. 첫째, 집중호우로 인해 저지대 주거지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일부 지역에서 이웃 간의 신뢰와 협력이 작동하지 않아 구조와 지원이 지연되는 일도 있다. 반면 유럽 여러 도시에서는 폭우와 산불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피난소를 열고, 취약계층을 돕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공동체적 신뢰와 연대 의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둘째, 최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나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개인의 편익과 주거 미관만을 우선시한 나머지 지속가능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외면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세계적 수준의 물질문화를 달성한 나라다. 그러나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도전 앞에서 비물질문화의 성숙이 뒤처진다면 지속 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다. 화려한 건물과 첨단 산업이 중요한 만큼 공동체적 신뢰, 환경에 대한 책임감,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무형의 자산을 함께 키워야 한다. 물질문화의 속도는 시속 300km지만 비물질문화의 속도는 여전히 시속 30km에 머물러 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눈부신 경제 규모와 생활 수준에 걸맞은 환경적 책임과 공동체적 연대를 확보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제도적 규범을 강화하고, 일상 속에서 환경과 이웃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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