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중심화되는 인-태…한미동맹의 안보방정식은

파이낸셜뉴스       2025.08.22 06:00   수정 : 2025.08.22 07: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협상을 일단락하며 경제전선의 긴장 강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가운데 안보전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은 이러한 환경에서 열린다는 점에 더욱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기조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인도-태평양을 지정학적 중심으로 복귀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유라시아 전선 등 다른 지정학적 공간의 군사적 충돌을 하루속히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공간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융합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안보 차원에서 이를 정책화하고 있다. '대만 유사'(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인도-태평양 국가뿐 아니라 유럽국가 초유의 관심을 갖는 것은 지정학적 융합의 현실을 방증한다. 그런데 특히 미국은 대만 유사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대만을 안보 최종전선으로 규정하는 양상이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일본과 호주에 대만 유사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다른 국가에도 지정학적 융합의 정책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인도-태평양이 중요하지만 역내 모든 동맹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협력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미국의 역내 역할에 동기화될 수 있는 국가들 위주로 선택적, 조건적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외공식 대개조에 나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한국이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결국은 협상과 담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이 탄탄하게 유지되어야 한반도 안보뿐 아니라 비유사입장국과의 포용외교도 안정적으로 추진하여 도드라진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과도기 국제질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선진강국 한국의 위상 등을 고려한 가운데 진화된 한미동맹의 안보방정식을 설계해야 한다. 이 방정식은 윈-윈(win-win) 담판을 통해 안보를 지키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안보방정식을 구성하는 첫 번째 변수는 ‘물리적 변수’다. 물리적 변수에는 당장 협상 의제가 되거나 앞으로 협상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비용과 거래 차원의 가시적 요소로 국방비 증액 등 자강능력 신장, 방위비 분담금, 한미 조선협력을 통한 미 해군의 전비태세 유지 기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물리적 변수의 파이를 줄일 수도 있고 키울 수도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이 두 번째 변수는 ‘의지적 변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에서 최근 일본, 필리핀 등과 ‘서태평양 판 의지의 연합’을 구성하려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역할 수준은 한미동맹의 결속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인도-태평양이라는 공간은 한미동맹의 안보방정식에 포함돼야 하는 무게감 있는 아이템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의 치밀한 지략도 의지적 변수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유연 강도’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 2.0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등 의지적 변수를 가동시킬 수 있기에 이 변수는 도전을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다.

인도-태평양이 다시 주목받는 것을 넘어 국제질서 주도권을 위한 전략적 대결의 핵심공간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인도-태평양의 주도권 확보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상태다.
이는 한국에게는 미국을 대상으로 인도-태평양이라는 공간이 ‘의지’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의 인도-태평양 역할 강화는 한미동맹 결속력 제고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안보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있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한미동맹의 안보방정식의 해답이 단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에도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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