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銀 석화기업 지원하면 충당금 낮출지 검토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4:09
수정 : 2025.08.21 16: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은행의 석유화학기업 금융지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은행이 석화기업에 대한 기존 여신의 원금을 5% 이상 감면하거나 대출이자를 줄일 때 쌓아야 하는 대손충담금 적립에 예외를 검토하는 것이다. 국내외 복합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위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은 물론 '뉴머니' 투입까지 검토하는 은행권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소상공인 금융 지원 과정에서 자산건전성 분류와 관련해 비조치의견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규제 완화를 적용한 바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은행의 채무평가 예외적용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경직적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 14층 중회의실에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은 물론 보스턴컨설팅그룹,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NICE신용평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이 산업부와 조율해 석화업계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주요 은행들은 여신 만기 연장, 금리 인하, 추가 자금 투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 은행과 신청 기업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추가 금리 인하와 대출 원금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IFRS에 따라 충당금을 쌓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회의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해준다고 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석유화학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나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뫼의 눈물'이란 스웨덴 조선업 쇠퇴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스웨덴 말뫼에서 영업하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지난 1987년 파산하면서 당대 최대 코쿰스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한 사례를 의미한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는 최근에도 태영건설을 정리한 바 있는데 그 모델에 성공의 열쇠가 있다"면서 "지금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때다. 함께 건너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홀로 걸어가면 깨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원칙은 선 자구 노력 후 채권단의 협조다. 유기적으로 실체 정연하게 진행돼야만 이 문제를 유능하고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은행들은 정부 주도의 석화업계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한편,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권대영)차관이 태영건설의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당시 경험에 비춰볼 때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존에 업계 호황기에 대주주가 많은 배당금을 가져갔던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유상 증자가 포함된 자구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석화산업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초화학물질 분야, 즉 업스트립분야에서 문제가 많다"면서 "신속하게 구조조정하고 지원해야만 일부 회사들이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금융기관이 다 채권 금액도 다르고 유불리가 다 다른 만큼 협의체가 잘 조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에 소명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15개 은행이 참여하는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가 꾸려질 예정이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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