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길가에 떨어진 수상한 베개…피로 적힌 ‘110 625’는 구조 신호였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5 07:52
수정 : 2025.08.25 08:37기사원문
돌풍에 잠긴 문…마실 물도 음식도 없이 30시간 갇힌 여성
손가락 물어 피로 쓴 필사의 구조요청…배달 기사가 발견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한 배달 기사가 길가에 떨어진 흰색 베개에서 수상한 메시지를 발견해 30시간 동안 갇힌 여성을 구조한 소식이 전해졌다. 베개에는 ‘110 625'가 검붉은 액체로 적혀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2일 오후 중국 쓰촨성 러산시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장모씨가 주택가 근처 길가에서 검붉은 액체로 '110 625'라 적힌 흰색 베개를 발견했다고 24일 전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베개에 적힌 ‘625'가 호텔 객실 번호일 수 있다고 보고 인근 호텔을 상대로 조사했다. 한 호텔 직원을 통해 해당 베개가 호텔 인근에 있는 홈스테이의 베개라는 진술도 받아냈다.
경찰이 해당 홈스테이를 찾아 6동 25층 15호실에 갇혀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지난 11일 오전 침실을 청소하던 중 돌풍이 불면서 문이 세게 닫혔고 이 과정에서 문 잠금 장치가 고장나면서 30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하필 휴대전화까지 거실에 두고 온 상태라 여성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문을 발로 차고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면서 구조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창문에 빨간 옷을 걸고 침대 발판을 창 바깥으로 떨어뜨려도 그녀의 상황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기지를 발휘했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고 흰 베개에 ‘110 625’라고 쓴 뒤 창밖으로 던졌다.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극심한 두려움이 여성을 힘들게 했다.
구조된 후 여성은 현지 언론에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마치 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을 도운 장씨에게 사례금 1000위안(약 19만원)을 전하려 했지만, 장씨가 거절한 소식도 알려졌다.
장씨는 “그저 작은 친절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거절의 이유를 설명했고 여성은 "아직 학생인데 사례금을 받지 않았다. 정말 감동이고 사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했다.
배달업체는 장씨에게 포상금 2000위안(약 38만원)을 지급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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