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조치 어기고 살인...접근금지 위반 경찰에 자동신고된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2:41
수정 : 2025.08.25 12:31기사원문
관계성 살인범죄 388건 중 여성폭력 전조 70건
30건 경찰 인지하고도 강력사건 이어져
23건은 접근금지 46회 등 보호조치도
피해자 휴대폰에 앱 설치해 통보...내년 시행
[파이낸셜뉴스]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하면 경찰에 자동 통지되는 시스템이 추진된다.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 평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교제폭력 처벌 입법에도 속도를 낸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우선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경찰이 자동으로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접근금지는 100m 이내 또는 전화 등 전기통신 이용 금지가 내려진다. 경찰은 후자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피해자 휴대폰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앱상 가해자 전화번호 정보를 입력해두고 가해자가 전화, 문자 등으로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되도록 한다. 경찰은 내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조치는 접근금지가 내려지고도 살인 등으로 이어진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경찰이 사전에 위험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강력범죄를 막지 못한 사건이 다수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관계성 살인 범죄(살인예비, 살인미수 등 포함) 388건 중 70건은 여성폭력이 전조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건은 신고나 수사 이력이 있어 경찰이 사전에 인지한 사건이었다.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진 사건은 23건에 달했다.
보호조치 가운데서도 접근금지는 46회나 내려졌다. 경찰관이 위험성을 인지해 접근금지를 신청해 법원이 인정하고, 이를 수차례 연장한 사건마저 강력범죄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이밖에 유치장 유치 2회,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회 등이 내려지고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물리적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도 감시를 강화한다. 법무부의 위치추적 관제센터로부터 전자발찌 부착 위치정보를 경찰이 실시간 공유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112 시스템과 연계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추진한다는 목표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접근금지 대상자에 대해서는 기동순찰대를 거주지 등을 중심으로 배치한다. 앱이나 순찰 등을 통해 접근금지를 어긴 사실을 확인하면 유치, 구속 등 엄정 대응한다.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 분석을 고도화하기 위해 AI도 활용한다. 분산돼 관리되는 가해자와 피해자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개발 중인 '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플랫폼'에 AI를 기반으로 한 재범 위험 평가 모델을 탑재한다. 피해자와 상담한 내용과 통화 내용 등이 담긴 학대예방경찰관(APO) 시스템의 데이터를 기계학습시켜 고위험군을 예측하도록 한다. 올해부터 3년간 90억7000만원을 투입해 2027년부터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잠정조치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 격리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피해자 모니터링을 의무화한다. 민간경호,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안전조치도 지원한다. 여성가족부 산하 민간단체인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와 공동 모니터링을 진행해 맞춤형 상담·치료지원을 제공한다.
검찰에서 운영 중인 구조금, 치료비, 생계비 등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경찰로 옮겨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긴급지원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2022년부터 운영 중인 '검·경 스토킹범죄 대응협의회'를 경찰, 법무부, 여가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로 확대한다.
경찰 내 선호도가 낮은 여성청소년과 지원도 강화한다. 수사관 면책제도를 활용해 적극 수사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 불송치로 종결하고, 재판까지 진행되면 경찰청 차원에서 지원한다. 특별승진, 특별승급, 정부포상 등을 통해 우수인력 잔류·유입을 유도하고 피해자보호팀과 여청수사팀 인력 증원도 추진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교제폭력 입법도 추진한다. 현재 신규 법을 제정하는 법안과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법안 등 9건이 발의돼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상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방안이 가장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하기 위해 위험성 판단을 강화하고 경찰관이 사명감과 전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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