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에 문 열어줬다" 재계, 적대적 M&A 방어 장치 마련 촉구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7:07   수정 : 2025.08.25 17:07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주...상법 2차 개정
대중소 기업, 경영권 리스크 점화
"적대적 M&A 방어장치, 배임죄 개선해야"

[파이낸셜뉴스] "투기 세력에 문 열어줬다."(재계 고위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상법 개정' 입법 독주로, 삼성·SK 등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우량 중견·중소벤처기업들까지 '경영권 공격'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권 강화라는 당초 상법 개정의 취지와 달리, 글로벌 투기자본 및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세력들에게 기업 이사회 진입로만 넓혀주는 꼴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경제 8단체는 25일 여권이 경영권 방어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지난달 3일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25일, 또다시 몰아치기식으로 2차 상법 개정을 처리했다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재계는 1·2차 상법 개정에 대응해 배임죄 등 형사처벌 조항 개선, 포이즌필·황금낙하산 등 경영권 방어 수단 입법화를 촉구할 방침이나, 여권의 시선은 이미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된 제3차 상법 개정안(9월 정기국회 상정 예정)에 꽂힌 상태다.

■ "경영권 분쟁 늘어날 것"

이번 상법 2차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감사위원(이사)분리선출 확대'(기존 1명→2명으로 확대)는 이사회 멤버인 감사위원을 선출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감사위원 2명을 먼저 선출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로 제한돼 있어, 여타 '소액 주주'들의 감사위원 선임 개입이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소액 주주'를 '투기자본'으로 차환할 때 발생한다. 과거 2003년 글로벌 헤지펀드 소버린이 3%룰을 악용해 (주)SK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소버린은 2.9%씩 총 6개 회사에 지분쪼개기식으로 투자, SK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었다. 반면, 지배 대주주에 대한 경영 통제 수단인 3%룰은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한층 강화된 상황이다. 지배 대주주의 '방패'를 약화시키는 대신, 투기세력에 '창'을 쥐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축인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수 의결권을 분산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 소수 주주의 이사 선임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투기자본이 이 제도를 활용해 이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제 8단체는 "이번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과 소송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며 "국회가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임죄 개선·M&A 방어장치 필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의 대여 요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영권 방어 장치 △배임죄 등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 개선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 및 인센티브 체계 대대적 정비 등이다. 상법 개정으로 야기될 수 있는 경영권 위협, 줄소송 및 과도한 배임죄 처벌 등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이 핵심이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서 개정안이 미칠 파장을 고려해 모호한 배임죄 조항 손질,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를 필두로, 포이즌필(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매입), 황금 낙하산(임원에 거액의 퇴직급 지급), 황금주(특별 거부권), 차등의결권 등 글로벌 수준의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을 모두 도입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3%로 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1명→2명)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시 3% 의결권 제한 등 되레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제도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상법 전문가는 "경영권 탈취를 노리는 악의적 시도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포이즌필 등 경영권 보호장치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정치권도 이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계는 다음달로 예고된 자사주 처분과 관련한 여권의 3차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 대응 수위를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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