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못 지나가" 펜스 설치했다면…대법 "통행권 침해"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0:52
수정 : 2025.08.27 10:51기사원문
대법 "다른 통로가 충분한 기능 못해…주위토지통행권 인정"
[파이낸셜뉴스] 본인 소유의 땅에 펜스를 설치했더라도 다른 사람이 오가는 길을 막았다면, 통행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통행방해금지 및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토지는 맹지로, 바로 옆 B씨의 땅을 통해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B씨가 2021년 8월 토지에 펜스를 설치해 통행이 어려워졌고, A씨는 펜스를 철거하거나 통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펜스를 철거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땅이 A씨 땅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거나, 다른 길을 이용하는 데에 과다한 비용이 든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 소유자가 주위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않으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고, 이미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실제로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B씨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거나, 출입하는 데 과다한 비용을 요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른 통로로 통행할 수 있더라도 농작물이나 경작에 필요한 장비 등을 운반하기 매우 어려운 점 △다른 경로를 통해 최단거리로 이동하더라도 76m에 이르고 소유자가 다른 3개 필지의 토지를 통과해야 하는 점 △B씨의 땅을 지나 통행하는 것이 손해가 가장 적은 방법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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