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50% '그대로'...포스코·현대제철, 각자 해법 찾는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8 14:19
수정 : 2025.08.28 20:27기사원문
美 수출 비중 낮아 단기 영향 제한적
장기적으로는 현지화·자원 자립 전략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철강에 부과된 50% 고율 관세 인하가 무산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각자도생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공급망 현지화 및 해외 제철소 증설을, 현대제철은 북미 전기로 제철소 신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간 북미 수출량은 200만~250만t 수준으로 관세 회피를 위해 전환해야 할 물량도 최대 10만~20만t에 그친다.
포스코는 자원 자립도 확보와 현지 생산 체계를 통해 무역장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호주 퍼스에 '핵심자원연구소'를 설립해 철강·이차전지 핵심 광물의 현지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호주 앤슨리소시즈와 손잡고 북미 리튬 직접추출(DLE) 기술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호주 와이알라 제철소 인수를 검토하며 직접환원철(DRI)·열간압축환원철(HBI) 등 저탄소 원료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호주산 열간압축환원철(HBI)을 수입해 쓰고 있지만 현지 생산 체계 구축 시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 원료 확보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제철소 확충도 본격화된다. 포스코는 인도에 연간 600만t급 일관제철소 및 미국에서 270만t 규모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 지분투자를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제철소 지분 투자까지 포함하면 오는 2035년 포스코의 해외 조강 생산능력은 총 1700만t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해외 신용등급도 S&P 'A-', 무디스 'Baa1'로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북미 전기로 제철소 설립으로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주설비 입찰을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고부가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최초로 미국 원자력 소재 공급사 품질 인증(QSC)을 획득해 철근·형강·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국제 품질 인증도 완료했다.
업계는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이후 미국 내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대규모 현지 투자를 예고한 만큼 향후 미국 정부에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서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철강 시황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철광석은 전분기 대비 7% 내린 t당 89달러, 원료탄은 1% 하락한 184달러, 철스크랩은 1% 떨어진 337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가 보다 근본적인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인도 등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반덤핑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시장 대응만큼이나 동남아 등 제3국 수출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특구 지정 △세제·재정 지원 △불공정무역 대응 방안이 포함돼 있어 철강 산업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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