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상인들 공제 가입률 29% 그쳐

파이낸셜뉴스       2025.09.01 18:35   수정 : 2025.09.01 19:20기사원문
5년간 310건 재산피해만 130억
긴급 예산만으로는 복구 역부족
국회서 전통시장법 개선 움직임
정부 보조로 '보험 문턱' 낮추고
긴급생활비 등 보장 늘리는 방향

#. 2023년 3월 4일 밤, 인천 동구 현대시장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상인들은 철시한 뒤였고, 불빛이 남아 있던 건 시장 안쪽의 술집뿐이었다. 밤 11시38분께 그 술집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이내 시장 전체를 뒤덮었다. 방화였다. 진화 작업이 시작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늦은 시각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불길은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다. 이날 화재로 현대시장 점포 48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3주 만에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었지만 1년 가까이 장사를 못한 곳도 있었다. 아예 가게를 접은 상인도 있었다. 문제는 보상이었다. 시장 화재공제에 가입해 있었지만 보상 한도는 피해 규모와 무관하게 최대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것도 옆 점포가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해주는 구조여서 직접 피해를 본 상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대시장 화재는 전통시장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 성금이 복구에 나섰지만 제도적 안전망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통시장 화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을 높여 실질적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129억원 피해

1일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국 전통시장에 발생한 화재는 310건, 재산피해액은 모두 130억원에 육박한다. 대형 참사도 반복됐다. 지난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는 점포 679곳이 불에 타 469억원, 2019년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화재은 716억원 규모의 피해를 각각 남겼다. 2023년 현대시장과 지난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도 각각 12억원, 65억원의 피해를 안겼다.

전통시장 화재는 반복되고 있지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가 긴급 예산을 투입했지만 피해를 완전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상인들은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에 기대야 했다.

이에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전통시장법에서는 화재공제 운영 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장 체계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은 2023년 기준 29.1%에 머물렀다. 영세 상인들 입장에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퍼져 있는 실정이다. 제도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 화재 대비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와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통시장 화재·풍수해 대응과 상인 보호 정책 세미나'에서도 화재보험 제도 개선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오윤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시장경영지원실장은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민간보험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영역을 정부가 지원 사업으로 시작한 제도"라며 "시장 상인들의 화재 피해 대비를 위해 현행보다 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안전 강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시장 등 취약지역의 화재는 막대한 사후 복구비용을 유발한다"며 "정부는 사후 복구비용의 일부를 보험료를 지원하는 예방비용으로 전환하여 민간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고, 보험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침수 등 재난피해로 생계가 어려워진 상인들의 긴급 생활비까지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통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제 중심의 보장 체계를 보험까지 넓혀 상인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피해 보상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전통시장법 개정은 화재에 대한 상인들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료 일부를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하면 상인들의 가입 문턱이 낮아지고, 보장 수준도 상향된다. 무엇보다 화재 발생시 상인들이 빠르게 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 생계 불안을 줄일 수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이현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