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 외교에… 코너 몰린 인도, 러시아와 밀착
파이낸셜뉴스
2025.09.02 18:14
수정 : 2025.09.02 21:24기사원문
美, 인도산 수입품에 50% 관세
모디 인도 총리, SCO 회의 참석
푸틴과 정상회담 갖고 ‘친분 과시’
전문가 "美-인도 갈등 일시적 일탈"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디, 美에 독자 행보 시그널
모디 총리는 1일 7년 만에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인도와 러시아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양국의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의 깊이와 폭을 증명한다"며 "양국 협력은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에도 같은 차량에 동승해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뉴델리 소재 옵서버 연구재단의 카비르 타네자 부소장은 "톈진 회담은 인도가 전략적 자율권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가 푸틴 전용 리무진에서 50분간 대화를 나누고 공개석상에서 따뜻하게 포옹한 사실을 들어, 인도가 미국 외에도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고립에서 환대까지… 푸틴, 외교 승리
이번 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푸틴 대통령으로 꼽힌다. NYT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푸틴은 중국·인도 등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리며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마리아 렙니코바 미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전쟁이 어떤 면에서는 받아들여진 듯한 분위기였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케넌연구소의 마이클 키메이지 소장은 "러시아가 외교적으로도 상당히 노련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푸틴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외교 공간을 넓혔다고 해석했다.
■협력 틀 속에 인도 다루려는 美
인도의 공개적인 러시아 밀착은 트럼프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인도를 아시아태평양 안보의 핵심 축으로 강조해온 만큼,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도 균열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심혈을 기울여 재가동한 쿼드(Quad)에 인도가 핵심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워싱턴의 우려를 높였다.
리사 커티스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인도를 압박할수록 인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구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가 동맹을 흔들고 중국 견제라는 본래 목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를 적대국으로 규정하기보다 협력의 틀 안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하이협력기구 회담은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며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로, 그 가치관은 러시아보다 미국과 훨씬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두 위대한 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타네자 부소장도 "현재 갈등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접근 방식으로 발생한 일시적 일탈에 가깝다"며 "장기적으로 인도가 미국에서 전략적으로 완전히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