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 갑질에 고용노동부 "조사 대상 아니야"
파이낸셜뉴스
2025.09.05 14:25
수정 : 2025.09.05 14:25기사원문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 아니어서"
울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대상에서 제외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의 갑질 괴롭힘에 면죄부 준 것이라는 비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갑질을 하더라도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해 '행정 종결' 처리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에 '관리실 직원 전원 사직'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됐다. 이 안내문에는 '일부 동대표들의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원들이 모두 사직하게 됐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진정을 접수하고 입대의 측에 사실 조사를 진행하라는 시정 지도를 내렸다. 하지만 얼마 못가 괴롭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시정 지도를 돌연 취소했다.
고용노동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관리실 직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려워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근로자' 혹은 '사용자'에 해당돼야 적용된다.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를 일컫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체와 위수탁 관리 계약을 체결해 관리실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용자'의 지위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 업체나 관리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한 사실이 있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실 직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관할 지자체인 울산 북구청도 해당 민원에 대한 사실 조사를 벌인 후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위반 혐의 여부에 대해 북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업무 간섭에 대한 지자체 사실 조사만 의뢰할 수 있을 뿐 형사 처벌 규정은 별도로 없다.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에게 입주자대표회의는 일터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갑'이지만, 직장 구성원이 아니란 이유로 괴롭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두고 일각에서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언제든 갑질을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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