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성희롱 글…대법 "피해자가 계정 차단했어도 처벌"
파이낸셜뉴스
2025.09.08 14:29
수정 : 2025.09.08 14:29기사원문
피해자, '계정 차단'으로 해당 글 알림 못 받아
다른 계정 통해 본인 겨냥 성희롱 글 확인
대법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적 모욕감을 주는 글을 올린 경우, 피해자가 계정을 차단했더라도 해당 글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라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B씨는 A씨의 계정을 차단한 상태로, 해당 글에 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다. B씨는 다른 계정을 통해 A씨 계정에 들어갔다가 이같은 글을 확인하게 됐다.
쟁점은 A씨가 B씨에게 해당 글을 도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성폭력처벌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고인이 이 글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해 피해자에게 해당 글에 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피고인 계정을 검색하기 전에는 이 글을 확인해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의 구성요건 중 '도달'에 대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휴대전화,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글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글 등을 인식 또는 확인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A씨가 특정 사용자를 언급하는 '멘션' 기능으로 피해자를 특정했고, 피해자를 지목해 악의적·공격적인 내용을 작성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