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카페 사장님이 'AI'가 되는 날이 올까...퍼플렉시티의 이색 시도

파이낸셜뉴스       2025.09.13 06:00   수정 : 2025.09.1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찾는 공간인 카페, 편의점 등의 사장님이 인공지능(AI)이 되는 날이 올까. AI 검색 서비스 기업 퍼플렉시티가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카페 큐리어스'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실제 전세계 AI 기업들은 AI를 통한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곧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매장 운영을 도맡는 일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가 만든 음악이 흐르는 카페

13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업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전세계 최초의 시도인 카페 큐리어스는 자사의 AI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공간 마련과 홍보를 위한 브랜딩 등에 초점을 맞췄다. 'Stay Curious(호기심을 유지하라)' 슬로건 아래 꾸며진 공간은 프로 구독자에게 50% 음료 할인을 제공한다. 매장은 장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어제의 호기심이 오늘의 질문으로, 오늘의 질문이 내일의 지식으로 연결된다'는 퍼플렉시티의 철학에 맞춰 구현해 낸 공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AI의 역할은 운영 전반을 책임지기보다 보조 및 컨셉 강화에 머문다. 아직은 AI가 온전한 '사장님'이 되기보다, 매장을 돕는 '직원'에 가까운 모습이다. AI로 생성한 배경음악이 계속 카페 내에 흘러나왔으며, 지하 공간에는 퍼플렉시티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노트북이 비치됐다.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아시아 대표는 "카페 큐리어스는 퍼플렉시티 사용자들과 지식과 호기심을 나누는 공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AI와 함께 탐구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도 'AI 무인판매점' 실험, 결과는...

다만 최근 미국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AI가 운영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AI 기업 앤트로픽이 진행한 '프로젝트 밴드(Project Vend)'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무인 판매점을 운영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것으로, 자사 모델 '클로드 소네트 3.7'을 기반으로 제작한 가게 운영 AI 에이전트 '클로디우스'가 약 한 달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 내 판매점에서 재고를 관리하고 상품 가격을 책정, 직접 고객 대응을 도맡는 등 '사장님'의 역할을 했다. 복잡한 변수가 가득한 실제 상거래 환경에서 AI의 자율적 의사결정 능력을 시험했다.

앤트로픽 측은 실험 결과 클로디우스는 고객 맞춤형 대응 능력에서는 가능성을 보였으나 운영 후반으로 갈수록 적자를 키우며 수익 창출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읽고 재고를 관리하며 이윤을 남기는 복합적인 상업 활동이 AI에게는 아직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 셈이다. 앤트로픽 측은 "지금 당장 상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실패는 더 나은 도구와 프롬프트 설계로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 자영업자', 아직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수도

이러한 시도는 AI 기술을 접목해 계산대를 없앤 매장인 아마존의 '아마존고' 등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완전한 'AI 자영업자'의 등장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퍼플렉시티 카페의 사례처럼 음악 선정부터 재고 관리, 고객 데이터 분석 등 특정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일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곧 오프라인 매장 운영 등에 있어서도 AI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피지컬 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된다면 매장 운영에 필요한 △물류 △고객응대 △판매 등 각종 분야의 버티컬 AI가 협업해 조직을 이뤄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현재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등 각종 비용보다 AI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의 가성비가 더 나아지는 순간에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각 AI 에이전트에 세부적인 역할을 맡기게 되면 오류도 현저히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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