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받던 이스라엘, 친미 카타르 공격....국제사회 '당혹'

파이낸셜뉴스       2025.09.10 14:36   수정 : 2025.09.10 14:44기사원문
하마스와 2년 가까이 교전 중인 이스라엘, 카타르 폭격
친미 국가 카타르에 머물던 하마스 대표단 공습
이스라엘 지지하던 트럼프는 카타르 공습에 당혹 "내가 한 결정 아니다"
유럽 및 중동 국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 비난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 중동 긴장에 익숙해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지원 아래 중동 여러곳에서 군사 작전을 펴고 있는 이스라엘이 친(親)미 국가인 카타르까지 공격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은 즉시 이스라엘의 단독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아랍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이미 중동 분쟁에 익숙해진 국제유가는 산유국 카타르의 피격 소식에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스라엘, 하마스 공격 위해 카타르 폭격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2023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은 9일(현지시간) '불의 꼭대기'로 명명된 작전에 따라 이스라엘에서 약 1800km 떨어진 카타르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 10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이스라엘군은 폭격 직후 성명을 내고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정치국은 이스라엘의 단속을 피해 지난 2012년부터 도하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카타르는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직후부터 양측의 휴전을 중개했으며 이스라엘·하마스 대표단은 최근까지 도하에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를 통해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예루살렘 북부에서는 민간 버스를 겨냥한 총격이 발생, 6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9일 관계자를 인용해 도하 폭격으로 칼릴 알하야 하마스 부의장과 다른 고위급 인사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했고, 과거 하마스 수장을 역임했던 칼레드 마샬도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같은 날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카타르군 장교 1명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과거에도 고위급 인사가 사망하면 이를 몇 달 동안 감춘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총리 겸 외교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국가 테러로만 표현할 수 있다"면서 "카타르는 이 노골적인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격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것도 우리가 이 지역에서 중재를 계속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이라며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중재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美 트럼프, 이스라엘과 선 그어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서 줄곧 이스라엘에 동조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카타르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자 미국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트럼프 정부는 오늘 오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면서 "하마스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한 구역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와 함께 평화를 중재하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용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주권국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인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은 9일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도하 공습에 앞서 관련 계획을 미국 정부에 사전 통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9일 백악관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통보를 받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전체적인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공습에 놀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완전한 성명을 내겠지만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정도로 말하겠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9일 미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국이 이날 걸프만으로 비행하는 이스라엘 전투기를 포착하면서 이번 공격을 처음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보좌진들이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에 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9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성명을 내고 "하마스 최고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에 대한 오늘의 조치는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작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주도했고, 이스라엘이 실행했으며, 이스라엘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다.



국제 사회 강력 반발, 유가는 소폭 상승
카타르와 이웃한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에 즉각 반발했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긴급회의를 요구했다. 이번 회의는 10일 오후 3시에 개최되며 현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국이 주재한다.

이날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EU의 전략적 파트너인 카타르 당국과 국민에게 완전한 연대를 표한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X에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의 확대이자 카타르 주권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X에서 카타르의 주권이 침해당했다면서 "우선순위는 즉각적 휴전, 인질 석방, 가자로의 대규모 원조 확대여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 평화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번 공격에 "정말 심각한 소식"이라며 "전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공습을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행위"로 규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튀르키예, 레바논, 이집트 정부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해 중동의 안정을 해친다고 비난했다.

국제 유가는 산유국인 카타르의 피격 소식에도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9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59% 오른 배럴당 62.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도 0.56% 상승한 배럴당 66.3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수석 트레이더는 “실질적인 공급망 차질은 없었고, 시장은 중동의 반복적인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익숙해졌다.
투자자들은 공급에 직접적·지속적 영향이 없으면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법을 학습했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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