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로봇기술 중국 유출 의혹"…전직 연구원 무죄

파이낸셜뉴스       2025.09.13 10:00   수정 : 2025.09.13 10:00기사원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檢 "피고인, 영업비밀로 부정 이득 취해" 재판부 "퇴사 당시 병원 측이 자료 반환 요구 안해"

[파이낸셜뉴스]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발 중이던 의료 로봇 관련 영업비밀을 빼돌려 중국 정부 기관과 기업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중국인 연구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영업비밀로 관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산업기술 유출 의혹에 제동을 걸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서보민 판사)는 지난 8월 27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전직 연구원 후모씨(4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후씨는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주권을 얻고 2015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심장내과·영상의학과 중재수술 보조 로봇과 자율형 돌봄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퇴사 후 중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관련 자료를 보관했다.

검찰은 후씨가 2020년 2월 퇴사 직전 연구소 컴퓨터에 접속해 설계도면, 소스코드, 실험데이터, 회의자료 등 총 1만2545개 파일을 외장 저장장치에 옮겨 중국으로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3년 2월께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영입계획 프로젝트 및 취업 과정에서 이 중 일부 자료를 활용해 발표용 자료 17개를 작성 후 동물실험 영상까지 포함해 제출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로 인해 피고인이 부정한 이익을 얻고 병원 측에는 같은 규모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구소가 자료를 기밀로 관리하기 위해 출입통제·폐쇄회로(CC)TV 설치 등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USB 저장장치 사용이 허용된 경우도 있었고 연구원들이 이메일·메신저로 자료를 주고받았다"며 "비밀 관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자료는 이미 학회 발표나 논문 게재로 외부에 공개된 상태였다는 점도 무죄 판단 근거가 됐다.


또 후씨가 실제로 연구소 컴퓨터에서 대량의 파일을 복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제출한 발표자료 역시 방대한 자료 중 극히 일부 사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퇴사 당시 병원 측이 별도의 자료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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