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으로 끌려다닌 장관…분노한 네팔 ‘젠지’, 총리도 바꿨다
파이낸셜뉴스
2025.09.16 07:18
수정 : 2025.09.16 13: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개된 네팔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유혈 사태 끝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 여성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취임, 국정에 착수하면서 폭력 사태가 가라앉은 가운데, 시위 과정에서 재무장관이 속옷 차림으로 시위대에 끌려가는 영상이 공개돼 확산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속옷 차림의 남성이 거리에서 시위대에 팔과 다리를 붙잡힌 채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시위대에게 호된 꼴을 당한 건 파우델 장관만이 아니다. SNS상에는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위대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영상, 대통령 관저와 재무장관 자택 등이 불타는 사진 등이 공개돼 고위층을 향한 젊은 층의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 청사, 국회, 법원까지 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72명이 숨지고 2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네팔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발단은 네팔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26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접속을 차단하면서 촉발됐다.
SNS가 차단되자 네팔의 젊은 층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반정부·반부패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하며 거리로 나섰다. 특히 10,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번 시위는 ‘젠지(Gen Z·Z세대) 시위’로 불리며 큰 반향을 얻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팔을 비롯해 남아시아 일대에 젊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확산되는 현상을 두고 ‘젠지 혁명’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고 수실라 카르키(73)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취임하면서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카르키 임시 총리의 권고에 따라 하원을 해산하고 내년 3월 5일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 원수직을 수행한다. 하원 의원 수는 275명이며 상원은 59명이다.
한편 부패에 강경히 맞서는 모습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아 임시 총리에 임명된 카르키는 시위를 주도한 청년층의 요구를 반영해 기성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춘 인사를 내각에 등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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