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 '블랙매스' 선점위해…폐배터리 법안, '재사용' 아닌 '재활용'에 초점 맞춰야
파이낸셜뉴스
2025.09.18 05:59
수정 : 2025.09.18 05:59기사원문
폐배터리 등록·성능평가' 법안 추진…"안전성·기술적 한계 명확"
"中은 이미 공급망 구축"…'블랙매스' 중심으로 자원 재활용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폐배터리 산업 육성 및 관리를 위한 사업자 등록 및 성능평가 실시 법안과 관련, 배터리 업계에선 단순 재사용보다 배터리 전 생애주기 관리 체계 구축이 우선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폐배터리에서 추출하는 희소금속과 블랙 매스(폐배터리를 분쇄해 농축한 검은 가루) 등에 대한 국가적 관리 및 공급망 보호 정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폐배터리 등록·성능평가' 법안 추진…전문가들 "안전성·기술적 한계 명확"
이 법률안은 구동축전지에 대한 성능평가 의무화 및 배터리 취득·판매사업자 등록, 사용후 배터리 공공거래시스템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2025년 정기국회 중점 처리법안으로 지목한 것으로,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중 신성장동력으로 사용후 배터리 육성을 지목한 것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선 폐배터리 재사용보다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 및 추출 자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가 다시 구매돼 차량에 사용되는 경우가 적고, 재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에 탑승할 경우 안전검사를 하더라도 기존보다 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배터리산업협회는 "사용후 배터리는 제품·차량별로 구조와 상태가 달라 수거와 분리, 성능평가 과정에서 표준화가 쉽지 않다"며 "특히 안전 확보를 위한 전문 인력과 장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해 초기 현장 적용 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폐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새로운 배터리와 동일선상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배터리를 그대로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에서 사용 가능한 자원을 추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활용 배터리의 성능 평가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배터리는 자원이 아니라 소모품"이라고 부연했다.
"中은 이미 공급망 구축"…'블랙매스' 중심으로 자원 재활용 필요
폐배터리를 직접 재사용하기보다는 여기서 추출한 광물과 블랙매스 등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블랙매스를 활용한 리사이클링은 폐배터리를 분쇄한 뒤 나온 블랙매스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2년 92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였던 블랙매스 시장은 2031년 529억 달러(약 70조원)로 6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이미 블랙매스 반출을 막고 폐배터리 공급망 사이클을 갖췄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공급망 구축 및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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