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반도체 등에서 EU 같은 한일 경제연대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5.09.22 09:49
수정 : 2025.09.22 09:57기사원문
요미우리 단독 인터뷰
한일 경제연대로 사회 경제안보 비용 감축..국제사회 룰세터 역할
일본 기업과 AI 관련 협력 지속..대일 투자 의향 있어
AI 반도체 수요 폭발적 증가..AI 가속기 시장 성장 기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양국 간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 방식의 경제 협력 필요성을 다시 주장했다.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5일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 블록을 주장해왔다. 최 회장은 "CPTPP 가입도 좋지만 한·일 경제연대는 CPTPP와 같은 완만한 경제연대가 아니라 EU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경제 협력 확대 분야에 대해서는 "AI와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5년 전부터 (한일 경제연대) 필요성을 호소해왔고 최근에는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한일 양국이) 연대할 수 있을지 논의할 때가 온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은 것과 관련 "한일간 무역량은 크게 늘었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도 경제성장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일 경제연대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이 된다.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룰세터(표준 주도측)가 될 수 있다. 많은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과 통상질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고 한일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의 일본 기업과 협력에 대해서는 "많은 일본 기업과 AI 관련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NTT와 반도체 기술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IOWN 프로젝트’에 참여해 신규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제조장치 대기업인 도쿄 일렉트론 등도 많은 교류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SK는 환경이 조성되면 일본에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다. 일본에 투자할 의사는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전망에 대해서는 "HBM만을 보면서 AI 세계를 얘기할 수 없다"며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통칭해 ‘AI 반도체’라고 부르고 싶다. 이 분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화형 AI 서비스인 ‘챗GPT’는 (인간의 지시나 질문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는) 추론(reasoning) 단계에 있지만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자율형)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한다면 훨씬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게 되고 AI 생태계의 활동도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최 회장은 "이럴 경우 HBM뿐만 아니라 AI 가속기 시장도 성장할 것이고,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베인캐피탈을 통해 간접 출자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대기업 키옥시아 홀딩스에 대해서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이 원활히 이뤄지며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협업 의사를 꽤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선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독자적인 AI 기술을 개발, 운영하는) '소버린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시아 각지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한데, 한일이 함께 해외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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