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유동적인 ‘동맹 현대화 방정식’과 대칭동맹
파이낸셜뉴스
2025.09.23 06:00
수정 : 2025.09.2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안보정책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동맹 현대화’는 미국의 MAGA 기조와 그 궤를 같이한다. 새로운 동맹 공식도 미국우선주의와 고강도로 연결시키겠다는 게 골자이기 때문이다. 이 동맹 현대화에 한미동맹도 예외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정체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이 내세우는 ‘동맹 현대화’를 간파해야 한국이 주장하는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동맹’과 목표를 수렴시켜 동맹을 지키고 실익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렴 지점은 ‘대칭동맹(symmetric alliance)’ 지향에 있을 것이다.
둘째, 임무 변수는 동맹국에 자국 방어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요구하면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꼭 필요한 임무로 군사 임무를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담고 있다. 특히 잠정 국방전략지침, 미 국방장관의 샹그릴라대화 연설을 보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나아가 미국은 이 임무 자체도 만만치 않으니, 미국은 동맹국 방어에서 그 임무 강도를 낮출 것이니 동맹국은 자국 방어 역량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편 한미동맹의 경우에는 주한미군의 임무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 바로 이 지점에서 핵심퍼즐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셋째, 역할 변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임무에 동맹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 있다. 호주, 일본에 대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정책차관의 대만 유사시 역할 주문은 동맹국에 미국이 지정한 군사적 임무에 동참하는 것이 동맹 현대화의 중요한 축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맹 현대화는 이 정도만으로도 기존의 동맹 공식과 대대적인 결별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를 다루어야 할 동맹국 입장에서는 쉽게 풀어내기 힘든 고도의 퍼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제시하는 이 동맹 현대화마저도 설계가 완료된 최종공식이 아니라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으로 돌아왔고 대중국견제에 적극적으로 역할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무역전선에 몰두하며 안보 의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동맹 현대화 공식이 국가적 수준에서는 여전히 모호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세력권 담론’의 기조를 여전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관세담판을 통해서 동맹국 때리기에 나서는 것과 비교해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다루는 모습은 너무 유약하기 그지없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가 전 세계를 나누어 관리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게 해주는 모습인 것이다. 특히 최근 둥쥔 중국 국방부장과 전화 통화시 전쟁부 장관이라는 새로운 직함으로 나선 헤그세스 장관이 그 명칭 변경 취지와 달리 중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방어적 태세 성격이 강한 발언을 하면서 세력권 담론이 미 전쟁부 차원에서도 검토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맹 현대화 공식’이 여전히 불명확성을 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은 이에 대응하는 해법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있다. 한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동맹 현대화를 주문하며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금 등 국방의제를 담판과 협상의 장으로 조성해나갈 가능성이 있지만 이와 동시에 구체적인 방향성 부재 상황이나 정책적 구체화 불투명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공존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러한 불명확성을 희망적 기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상당한 시간끌기가 가능할 것으로 치부하는 것도 동맹관리나 실익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동맹 현대화 공식의 불명확성을 제대로 간파하되 그 불명확성으로 인해 언제든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인식을 통해 내부적으로 고강도 담판 시나리오를 적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도의 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마련한다면 이러한 불명확성에 한층 더 당당하게 대처하는 역량을 높여줌으로써 한국이 동맹정책을 주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주도성은 대칭동맹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는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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