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장사 액면분할 12년 만에 최다…개인투자자 유치 경쟁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2025.09.25 16:28   수정 : 2025.09.25 16: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올해 4~9월 일본 도쿄증시에서 단행된 주식 액면분할 건수가 121건에 달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더 쉽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4~9월 도쿄증시 상장종목의 액면분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액면분할은 1주를 여러 주로 나누어 발행 주식 수를 늘리는 것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유동성이 떨어졌을 때 주로 시행된다.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신규 투자자 진입이 쉬워져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주식은 100주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최소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액면분할이 활발해지면서 개인 부담은 줄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 최소 투자금액은 평균 20만 엔으로, 10년 전보다 약 4만 엔 낮아졌다.

특히 소매·외식업 등 내수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들 상당수는 액면분할 발표 당시 최소 투자금액이 50만 엔 이상인 ‘황제주’였다. 니토리홀딩스는 1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오는 10월 1일 5대 1 분할을 단행한다.

최소 투자금액이 50만 엔을 웃돌던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 역시 같은 날 5대 1 분할을 실시한다. 요시다 나오키 PPIH 사장은 “새로운 NISA 제도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가 늘어나면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 상장사들이 개인 투자자 유치에 나서는 또 다른 배경에는 정책보유주 매각이 있다. 정책보유주는 거래처와의 관계 강화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를 위해 기업이 보유해온 주식을 말한다.

과거 재벌 계열 기업에서 확산됐지만 최근 정책보유주 매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안정적 주주 기반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실제로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지주기업인 ‘세븐&아이홀딩스’는 최근 캐나다 편의점 업체 ACT의 인수 제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ACT는 지난해 7월께 세븐&아이홀딩스 주식 전량을 6조엔(약 56조2000억원)에 취득하는 인수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하자 같은 해 9월 7조엔(약 65조 6000억원)으로 금액을 올려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 제안이 무산될 경우 ACT가 적대적 M&A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었다. 세븐&아이홀딩스는 지난해 초 3대 1 액면분할 실시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부진했다가 ACT의 인수 제안 전후로 반등하는 상황이었다. 주주들 중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아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클 것이란 의구심이 깊어지면서 세븐&아이홀딩스의 주가가 요동쳤다. 결국 ACT는 지난 7월 17일 인수를 철회했다.

일본 기업들은 주주 우대제도도 속속 개편하고 있다. 일본 유통 대기업 '이온'은 지난 6월 액면분할 발표와 동시에 주주 우대를 확대해 소액 투자자도 매장에서 포인트 적립이나 현금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UBS증권의 가자야마 다카히로는 “소매업처럼 소비자와 가까운 업종은 고객이 주주로 참여할 경우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역사적인 주가 상승 국면 속에서 일본 상장사들이 주식 투자 문턱을 낮춰 개인 투자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개인의 ‘저축에서 투자로’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일본 증시는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7% 오른 4만5754로 장을 마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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