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내놔"...보험사 협박해 35억 편취한 조폭

파이낸셜뉴스       2025.09.27 05:00   수정 : 2025.09.2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C형간염으로 입원했는데, 보험금 빨리 주시죠."

지난 2005년 부산 영도, 40대 남성 김씨는 조직폭력배로 생활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김씨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특정 질병에 한해 고액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C형간염 등 성인병은 당시 1일 입원 시 보험사 당 최소 14만원에서 최대 57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고, 1회 입원 시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까지 보험금 수령이 가능했다.

김씨는 이 점을 악용했다.

5년간 보험금 35억원 부정 수령


김씨는 다른 조직원을 비롯해 친인척, 이웃, 선후배 등을 끌어들여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김씨를 포함한 36명은 보험상품 5~6개에 가입한 후, 고액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C형간염, B형간염,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장기 입원했다.C형간염은 완치할 수 없는 법정 전염병이지만, 타액이나 체액으로 전염되지 않아 대부분의 경우 장기 입원치료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보험에 가입하고 일주일 만에 C형간염 발병을 이유로 한달 이상 장기입원하고, 간염에서 고혈압으로 병명을 바꿔 다시 입원하는 등 보험금을 노렸다.

이들이 2005년부터 5년간 부정 수령한 보험금은 자그마치 35억원.

김씨 일당은 보험금 부정 수령 과정에서 보험사를 찾아 직원을 폭행하거나 더 많은 보험금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보험금을 빨리 받고 싶다며 1시간 동안 50회 이상 협박 통화를 하고, 일부러 문신을 노출해 위협하거나 직원 앞에서 소변을 보는 등 상식에 벗어난 행위를 일삼았다.보험사 보상 직원을 밤에 불러내 겁을 줘 실제 보험금보다 2배 이상 많은 돈을 지급받기도 했다.

이들은 입원 기간 중 낮에는 병실을 떠나있고, 밤에는 술을 마시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를 의사와 간호사가 제지하자 그들의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

18개 보험사 피해 입어


김씨 일당에게 당한 보험사는 총 18개. 당시 국내에서 영업 중인 보험사 대부분이 해당됐다.보험사들은 2년여에 걸친 실사 끝에 보험사기 가능성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끝에 김모씨를 포함한 36명은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해 붙잡혔다. 36명 중 14명은 구속됐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36명 중 25명이 C형간염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주사기나 칼 등을 이용해 고의로 병에 전염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여러 폭력조직끼리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어느 병원에서 장기입원이 가능하다'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부산 전역에서 보험 범죄를 저질러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새로운 보험사기 방식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까지 교통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주를 이뤘다면, '성인병 발병 악용 사례'가 새롭게 드러나며 보험사기 차단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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