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정부기관까지 덮친 '배터리 포비아'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6:15
수정 : 2025.09.29 16:14기사원문
리튬이온 배터리 광범위한 분야서 사용 외부 충격 취약해 폭발·화재 위험성 커 국내외서 배터리 화재 사건 사고 잇따라 "배터리 안전장치 2중, 3중으로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대규모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포비아'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지만 화재 위험성도 크다. 특히 이번처럼 국가 기반 시설에서 불이 날 경우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공간 분리 등 배터리 관련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배터리가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 짧은 시간에 온도가 최대 섭씨 1000도까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재점화 위험도 높다. 또 배터리 내부 리튬이 리튬염 전해질 형로 이뤄져 있어 물에 반응하지 않는 점도 진화 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국정자원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 22시간이 걸린 것도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동스쿠터 배터리 열폭주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이보다 앞서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한 실습실에서도 자율주행 RC카 대회를 위해 충전 중이던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총 2154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었고 21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도 223억9331만원에 달했다. 재산 피해 규모는 2020년 45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4년 만에 약 5.7배 급증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세계 최대 배터리 저장 시설에서 불이 나 수천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9월엔 싱가포르 한 데이터센터 기업에서 불이 났는데, 당시 화재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됐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터리 화재는 끊이지 않지만,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더 큰 우려는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고, 국가 기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핵심 시스템까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관리·안전 설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건축적·공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지만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해야 한다"며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방화벽 같은 장치를 설치해 화재를 차단하고, 중요 공간에는 화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특수 소화약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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