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수사 진행 안 된 성폭력 피해자 신상 공개해도…대법 "처벌 불가"
파이낸셜뉴스
2025.10.01 16:35
수정 : 2025.10.01 16:35기사원문
6년간 교제한 연인 사진·영상·인적사항 유포
"보호 대상 '모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 해석할 수 없어"
[파이낸셜뉴스]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했더라도,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이지 않았다면 성폭력처벌법상 비밀준수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의 실명과 나이, 직업 등도 함께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쟁점은 성폭력처벌법상 비밀준수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에 이어 2심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도 비밀준수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와 피해자의 지인, 가족들까지 피해자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 및 편집물을 접하게 됐다"며 "피해자로서는 인격적·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크게 훼손당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으므로 그 결과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원심과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비밀준수 위반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피해자'는 수사 또는 재판이 개시돼 공적 절차상 그 지위가 특정된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수사 개시 전 단계에서 일방의 주장만으로 특정된 '실질적 피해자'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위 조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관련 조항의 보호대상인 '피해자'를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를 '모든 성폭력범죄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은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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