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미국 직행? or 일단 한국 잔류? — ‘황유민 변수’가 LPGA를 뒤흔든다
파이낸셜뉴스
2025.10.05 13:18
수정 : 2025.10.05 13: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대표 장타자 황유민(22)이 결국 해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기회로.
그 순간, 한 시즌을 준비해온 ‘퀄리파잉 시리즈’의 의미는 사라졌다.
황유민은 정면 돌파로 LPGA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60cm 초반의 작은 체구, 그러나 누구보다 큰 스윙.
2023년 KLPGA에 데뷔한 황유민은 데뷔 첫해 드라이브 거리 부문 2위(257.16야드), 지난해 4위(253.7야드)를 기록하며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그의 별명은 ‘돌격대장’. 공격적인 코스 매니지먼트와 두려움 없는 플레이 스타일이 만들어낸 이름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퍼트와 쇼트게임이 제 무기예요”라고 말했지만, 실상 황유민의 진짜 무기는 ‘순간의 승부를 읽는 감각’이었다.이번 우승도 그랬다. 2라운드 10언더파 62타라는 ‘라이프 베스트’를 친 뒤, 3라운드 흔들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 13번 홀 버디로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그는 15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무려 4홀 연속 버디를 폭발시키며 우승을 완성했다. 특히 18번 홀에서 투온을 시도한 장면은 황유민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되, 계산된 승부. 그린을 넘긴 뒤 러프에서 칩샷을 붙여 버디로 마무리했다. 완벽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하나의 의미로 끝나지 않는다.
황유민은 유소연(2011년 US여자오픈), 김효주(2014년 에비앙), 전인지(2015년 US오픈), 고진영(2017년 하나은행 챔피언십), 김아림(2020년 US여자오픈)에 이어 ‘비회원 우승으로 LPGA 직행’을 이뤄낸 여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중에서도 황유민의 우승은 상징적이다. KLPGA 3년 차, 아직 스폰서 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신예가 세계 무대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한국에서 탄탄히 쌓은 기본기, 그리고 매 순간 흔들리지 않는 근성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으로 증명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황유민은 이번 우승으로 자동 LPGA 시드를 획득했지만, 곧바로 미국 생활을 시작할지,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매니저,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LPGA는 막바지 아시안 스윙을 포함해 6개 대회만 남은 상황. 시즌 막판의 일정 속에서 황유민이 즉시 출전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 우승 자체로 내년 미국 무대의 최대 신데렐라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 팬 입장에서도 ‘돌격대장’ 황유민이 내년 KLPGA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곧바로 LPGA 풀 시즌에 나설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황유민의 이름은 이제 한국 골프를 넘어 세계 골프계의 새로운 스토리라인으로 떠올랐다.
프로 3년 차, LPGA 직행, 비회원 우승. ‘작지만 강한 돌격대장’이 하와이에서 쏘아올린 샷은 이제 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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