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러 요구 수용 안하면 파멸" 강요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5.10.20 09:01
수정 : 2025.10.20 09:00기사원문
FT "백악관 회담서 트럼프, 지도 내던지며 도네츠크 양도 압박"
러시아 제안 사실상 수용 요구, 젤렌스키와 고성 오가며 결렬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멸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회담은 고성이 오간 끝에 사실상 결렬로 끝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요구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전해졌다.
FT는 복수의 관리 발언을 인용해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이 "극도로 거칠고 긴장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도중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집어던지며 "이 전선 지도, 이제 지겹다. 이 빨간 선은 뭐지?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겨야 한다"면서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요구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도네츠크주 전체를 넘겨받는 대가로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일부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2022년 침공 이후 돈바스 지역 일부만 점령했다. 전선은 2년 넘게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FT는 푸틴 대통령이 이미 도네츠크주의 4분의 3을 장악했음에도 완전한 점령을 고집하는 이유를 "우크라이나군의 저지선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목적"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 북부 슬로우얀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남부 드루즈키우카와 코스티안티니우카를 잇는 이른바 '요새 벨트'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유지 중이다. 도네츠크를 완전히 내주면 러시아군이 키이우까지 진격할 길이 열리게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참모진은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가자지구 휴전을 성사시킨 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의 요구 최대치에 동조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다음 날 러시아 경제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며칠 전 "러시아는 붕괴 직전"이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정반대였다.
FT는 이번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외교 스타일과 푸틴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는 태도를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 유럽 관리는 FT에 "젤렌스키는 회담 후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인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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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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