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경영환경 엄중하지만 돌파구 보여 가슴 뛰었다"
파이낸셜뉴스
2025.10.20 09:35
수정 : 2025.10.20 13:40기사원문
연비 개선·디지털 전환으로 中과 원가 경쟁력 줄일 가능성
건설기계 합병으로 최적 글로벌 생산 체계 첫걸음
정유, 불황 속에도 마진 확보 新 성장동력 찾겠다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 경쟁력 제고할 것..불황 미래 대비
[파이낸셜뉴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지만 돌파구가 보여 가슴이 뛰었다"고 밝혔다.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둘러싸고 있지만 이를 헤쳐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다. 주력 선종인 LNG선의 글로벌 발주량은 작년 93척에서 올해는 지금까지 37척으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컨테이너, 탱커 등 일반상선은 중국과의 선가 차이가 10% 이상 벌어져 오랜 단골 선주들조차 더 이상 한국에 배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거리낌 없이 나오는 상황 속 메시지다.
■중국과 원가 경쟁력 차이 줄일 가능성
그는 건설기계 사업 관련 합병을 계기로 양사의 자산을 한데 모아 최적의 글로벌 생산 체계(GMF)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공통 지원 조직을 만들고, 적치장, 서비스·부품 공급센터(PDC) 등의 통합을 빠르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전자유압 등 최신기술을 다수 적용한 차세대 신모델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경쟁력을 높여줄 울산 캠퍼스도 완공했다"며 "이제는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업 네트워크와 서비스 역량을 확실하게 구축해 나가겠다.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광산용 장비 시장도 추가 시장 진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유사업은 불황 속에서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는 입장이다. 국내 경질유 시장 축소에 대비하여,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순환·바이오 등 친환경 제품과 윤활유·발전 등 새로운 사업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호주 등지의 정유공장 폐쇄로 수출 기회가 생겼고, 유럽에서는 친환경, 순환 석화 원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현장에서 안티에이징 프로젝트의 효과로 올해부터 비상 가동 정지 횟수가 줄면서 공장 운영도 안정화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했다.
그는 "생존 위기에 봉착한 석유화학사업은 공정 전반에 걸쳐 투입원료, 운전조건, 스팀·에너지 밸런스 등을 최적화하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한 원가 개선이 필요하다"며 "Soft TPO와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의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저도 경영진들과 함께 에탄 직도입, 권역별 석화단지 통합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선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 기회에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 배전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정 회장은 "과거에는 HD현대의 배전사업의 경쟁력이 전력사업에 비해 취약했지만, 이제는 자동화율을 끌어올린 청주 신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북미 시장영업에 필수인 국제전기안전인증(UL)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울산에서 추진 중인 고압차단기와 변압기 공장 증설, 미국 알라바마 공장 증설 뿐만 아니라 HVDC, ESS 등 신성장 사업들도 HD현대일렉트릭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AI(인공지능),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원자로(SMR), 해상풍력, 태양광 등 미래 사업도 해당 분야의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소통'을 위해 현장 찾을 것
그는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그 DNA를 새로운 미래 주역에게 오롯이 전수되도록 돕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봤다. 새로운 생각을 주저없이 말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HD현대를 희망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이 일하는 현장을 찾아 어떤 현안들이 있는지 어떻게 돌파해 나갔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귀 기울여 듣겠다"며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가족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고는 그룹의 초석이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가 될 수 있도록 저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