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본드 쏟아내는 해외 IB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8:05   수정 : 2025.11.19 12:35기사원문
BOA 메릴린치 800억어치 발행
노무라펀딩은 5년물 933억규모
달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

글로벌 투자은행 투자은행(IB)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아리랑본드 발행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네덜란드 법인(메릴린치 네덜란드 BV)은 지난 20일 아리랑본드 총 8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15년물과 20년물 원화표시채로 표면금리는 연 3.50~3.52% 수준에서 확정됐다.

아리랑본드는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한 원화 채권을 말한다.

BOA 메릴린치는 지난 2019년에 1년물 200억원 규모로 첫 아리랑본드를 발행한 이후 꾸준히 한국 시장에서의 조달을 늘려가고 있다. 골드만삭스, 노무라인터내셔널펀딩 등 글로벌 IB들도 국내 원화채 시장을 안정적 자금조달처로 삼는 추세다. 노무라인터내셔널펀딩은 지난 17일 5년물 99억원 규모의 아리랑본드를 발행했으며, 표면금리는 연 3.30% 수준이다. 노무라는 2015년 1500억원 발행을 시작으로 아리랑본드 발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리랑본드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해외 IB들이 국내 시장에서 원화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조달통화 다변화 및 원화 기반 자금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원화 금리가 달러화 금리보다 낮은 환경이 지속되면서 원화채 조달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2.89% 수준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연 4%대)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국계 IB는 아리랑본드를 통해 달러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역헤지 효과까지 더해지며 조달 메리트는 더욱 올라간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IB는 아리랑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교환하기 위해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 스왑 거래를 한다.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 스왑은 두 나라의 통화를 서로 교환하고, 그 원금과 이자까지 주기적으로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스왑할 때 통상 헤지 비용(수수료)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 스왑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내려가면서, 오히려 비용을 돌려받는 '할인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즉, 아리랑본드를 발행해 조달한 원화를 스왑을 통해 달러로 교환할 경우 실질 조달금리가 미국 달러채를 직접 발행할 때보다 더 낮아지는 역헤지 이익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국내 보험사의 장기채 수요 증가도 외국계 IB들의 발행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15년 이상 초장기물에 대한 보험사의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