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울산 19일 포항 20일째 비 "다 익은 벼에 곰팡이 필라"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4:16
수정 : 2025.10.23 14:17기사원문
울산지역 벼 수확 10% 안팎에 그쳐
비에 젖은 상태에서는 건조도 쉽지 않아
수확 못한 농민들 속만 타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10월에 들어섰지만 20일이 넘도록 하루도 맑은 가을 하늘을 못 본 것 같아요"
가을장마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축제가 차질을 빚고 동해안 지역 농산물 수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동해안인 인근의 경북 포항시는 연속해 21일째 비가 내리고 있다.
특히 울산에서는 지역 최대 축제인 울산공업축제가 지난 16일부터 나흘부터 열렸는데 비로 인해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불꽃쇼의 일정이 연기되는 등의 차질을 빚었다.
방문객도 지난해 100만명 추산에서 올해는 75만명 추산에 그쳤다.
다행히 이번 장마는 주말인 25일부터는 물러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이처럼 긴 가을장마가 발생한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월까지도 계속해 그 세력을 유지하면서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 주변에 공급하고, 여기에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기가 부딪히면서 비구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 영동과 영남 동해안은 동풍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계속해 형성되고 있다.
가을장마는 피해를 보고 있는 또 다른 곳은 농촌이다. 울산과 영남 동해안 지역 농촌은 수확기임에도 기쁨보다는 걱정만 쌓이고 있다. 비가 오면서 수확을 못한 논이 많기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벼는 수확 후 말려야 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젖은 알곡은 어려움이 많고 논에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콤바인도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확이 늦어지면 비에 젖은 벼에 곰팡이가 발생하고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농민들 사이에는 젖은 벼라도 서둘러 수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맘때쯤 울산지역 농촌에서는 벼 수확이 보통 60%가량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는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 울산지역은 타 지역과 달리 벼 수확 후 보리, 마늘, 양파 등을 심는 이모작 비율이 낮아 추가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가 그친 뒤에는 벼 수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농민단체 등에서는 이 같은 가을장마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재난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피해 복구와 근본적인 기후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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