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 180㎝는 돼야죠"…부모들 성장보조제 먹였지만, 76%는 "효과 글쎄"
파이낸셜뉴스
2025.10.26 05:30
수정 : 2025.10.26 0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부모 10명 중 3명은 자녀의 성장을 위해 성장 보조제를 섭취하게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나이부터 영양제 복용... 효과는 76%가 "보통이거나 없음"
조사 결과 자녀 성장을 위해 부모들이 가장 많이 시도한 것은 운동(58.7%)으로 나타났다. 이어 특정 식품 섭취(37.0%), 칼슘 섭취(33.9%), 비타민D 섭취(32.4%), 키 성장 보조제 섭취(28.0%)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만 5~6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칼슘, 비타민D 섭취 비율이 약 40%로 나타났으며 어린 나이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키 성장 보조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7%가 '보통' 혹은 '효과 없음'이라고 답했다.
성장 호르몬을 주사했다는 응답은 4.6%로 보조제 섭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상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환자 등 일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필요하다"며 "치료가 필요하다면 부작용 등 추적관찰을 하는 게 필요하고 치료 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의 이러한 노력과 투자는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바라는 키가 남성 180.4㎝, 여성 166.7㎝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에서 나온 20대 평균 신장(남성 174.4㎝·여성 161.3㎝)보다 5㎝가량 큰 수준이다.
전자기기 사용시간 늘고, 수면시간은 줄어
다만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률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의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을 묻는 질문에 2시간 이상인 경우가 주중 51.7%, 주말 71%로 집계됐다.
초등학생의 경우 주중에는 43.5%가, 주말에는 66.5%가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6년 조사 당시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률(20.4%)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수면시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연령별 하루 적정 수면시간은 미취학 아동(3∼5세) 10∼13시간, 학령기 아동(6∼13세) 9∼11시간, 청소년(14∼17세) 8∼10시간이다.
그러나 자녀가 중고등학생인 경우 주중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0%에 육박했으며, 초등학생인 경우 주중 36.3%로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26.3%가 주중 8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신체 활동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55.3%가 자녀들의 운동 횟수를 주 3회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신체 활동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63.5%가 '아이가 너무 바빠서'라고 답했다.
식습관 관련 설문에서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응답률이 19.6%로 나타났다. 특히 여고생의 40.2%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했고, 미취학 아동들도 7.3%가 아침 식사를 거른다고 답했다.
이해상 홍보이사는 "2016년과 2025년 조사를 비교해보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가 10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의 키가 작다고 하면 질환이 있는지 우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진단에 따라 크게 문제가 없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고, 다른 방식보다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일태 학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성장호르몬이나 성장 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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