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보고 계약금 9천을 '덜컥'..."이런게 토허제 시대"

파이낸셜뉴스       2025.10.27 15:59   수정 : 2025.10.27 15:58기사원문
토허제 시행 일주일
한강벨트 일부 여전히 매도우위시장
급매 나오자 30분 만에 소진

[파이낸셜뉴스] "급매가 나와서 토요일(25일)에 집 둘러보고 30분 만에 계약 의사 밝혔는데 그 사이에 집이 팔려버린 거에요. 집도 안보고 계약금을 9000만원이나 보냈다네요."(서울 용산구 매수 희망하는 30대 A씨 부부)

27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급매를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부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여러 달 동안 용산구 뿐만 아니라 마포·서대문·성북구 등 여러 지역 '발품'을 팔고 있다. A씨는 "지난 주 평일에는 점심에 집을 보고 저녁에 최종 결정을 하려던 차에 계약금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최근 3~4일 동안 30분, 2시간 사이 매수 기회를 잇달아 놓치는 등 '계약금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추석 전 마포에서는 호가가 1억원씩 붙길래 포기했는데, 10·15규제가 시작됐는데도 용산에서 5000만원을 갑자기 높이는 집주인도 있었다"며 "오래 전부터 아이와 함께 살 보금자리 마련 시점을 올해로 정하고 준비해 왔는데 정말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지난 20일부터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런 탓에 서울에서도 거래 가뭄이 시작됐지만, 이미 7개월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용산구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당분간 전반적으로 거래가 끊기겠지만 자금을 미리 준비해 놓은 이들에게 꾸준히 문의가 오니, 여전히 매도 우위 시장인 것은 맞다"고 했다.

고강도 규제에도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소희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강남·서초·송파·용산은 지난 3월부터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이번 규제에 따른 민감도가 크지 않은 곳들"이라며 "규제 전에도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매수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줄 뿐 가격을 떨어뜨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 역시 효과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6.27 대책 이후에도 상승폭만 낮아졌을 뿐 서울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며 "생애 첫 주택 구매를 계획했던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갈 길을 잃고 있으니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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